기간제교사의 노동기본권을 생각하다

세계노동절을 맞이하며

등록 2021.05.04 16:18수정 2021.05.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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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은 세계노동절이다. 1886년 5월 1일 시카고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파업 투쟁에 나서 노동자가 노동을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린 날이다. 세계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조건 개선과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해 투쟁해왔다. 

기간제교사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죽어서도 차별을 받는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지 못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기간제교사가 배제되었다. 이 두 사건은 기간제교사들에게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깨닫게 했다.

2017년 정규직 전환 운동에 참여했던 교사들을 중심으로 2018년 1월에 창립총회를 통해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기간제교사들이 20년 동안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임금과 복지 등에서 받았던 온갖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 

노조설립을 하고 그해 7월에 노조설립신고를 하였으나 반려되었다. 2019년 5월, 2020년 6월에도 설립신고를 했으나 모두 반려되었다. 고용노동부는 교원노조법 2조와 노조법 2조를 근거로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반려했다고 답변서를 보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조합원 자격을 이유로 노조설립 신고를 반려한 정부(고용노동부)를 2019년 10월에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 제소했다. 그리고 올해 3월말에 보고서를 받았다. 다음은 보고서 내용 중 일부이다.
 
정부는 해직 교사의 조합원 자격에 관한 논쟁이 해결되었고, 그들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정 법률이 해고, 실직된 기간제 교사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에, 정부는 기간제교사노동조합이 개정법 시행 이후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면 설립증서를 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7월에 노조 설립신고를 하면 설립증서를 발행하겠다고 국제노동기구에 답했다. 정부는 반드시 이 말을 지켜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법률은 노조법, 국가공무원법, 교원노조법이다. 이 법들에서 바뀐 것은 해고자와 실업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준다는 것뿐이다. 조합원 자격은 주었으나 노조활동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 법들이 개정된 것은 국제노동기구의 기본협약 비준 때문이었는데 여전히 기본협약 비준에 위배되는 내용이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가 국제노동기구(ILO)의 기본협약을 지난 2월 26일에 통과시켰다. 기본 협약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29호(강제노동금지)이다. 이 기본 협약들은 정부가 지난 20년 동안 비준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비준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런데 국제노동기구의 기본협약이 비준되었지만 국내법은 여전히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내용 투성이다. 조합원 자격을 해고자와 실업자로 확대하였으나 노조 임원과 대의원 자격은 현직 종사자로 제한하고 사업장 출입도 제한했다.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3년으로 연장되어 노동자들의 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간을 지연시키고, 사업장 점거 금지는 노동자들의 저항을 제약하는 효과를 낸다.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등 광범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교원노조법, 국가공무원법은 집단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노동3권의 하나인 쟁의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교사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것은 노동자인 교사들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기에 매우 부당하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은 교사의 단체행동권도 인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은 정치활동도 금지하고 있다. 기간제교사들의 임용과 복무 등에 관한 지침에도 국가공무원법을 근거로 기간제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캐나다, 호주 등은 공무원의 정당가입과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하고 있다. 

모든 노동자들이 온전하게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기간제교사노조도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투쟁에 함께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노동과 세계에도 보냄.
#기간제교사 #노동기본권 #세계노동절 #정치적 자유 #노동3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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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차 기간제교사이며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대표임. 기간제 교사와 관련한 기사를 쓰고 있음. 세월호 참사 기간제 교사의 순직인정요구, 기간제 교사 차별 문제 등을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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