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천 두꺼비를 보호해주세요"부산 온천천에 반가운 손님이 다시 찾아왔다. 생태변화에 민감한 양서류인 두꺼비가 산란을 마쳤고, 꼬리까지 없어진 새끼 두꺼비가 1일 대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500여 마리 이상이 로드킬을 당했다.
김보성
"와, 여기도 있어요."
"'폴짝폴짝'이 아니라 걷는 모습은 처음 봐요."
비가 내린 지난 1일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의 생태연못을 찾은 시민들로부터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온천천을 지나다 아이들과 연못에서 발걸음을 멈춘 김아무개(35)씨는 "어떻게 두꺼비가 온천천에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가운 감정은 이내 탄식으로 변했다. 온천천에서 산란한 아기(새끼) 두꺼비 중 일부가 전날 밤부터 이동을 시작했지만, 대거 '로드킬'을 당했기 때문이다. 연못 둘레 자전거 도로에는 밟혀 죽은 아기 두꺼비가 곳곳에 즐비했다. 숫자는 566마리. 말라죽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압사당한 흔적이었다. 죽은 개체 옆으로 다른 아기 두꺼비가 안간힘을 다하며 이동하는 모습에 시민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로드킬' 동료 사이로 이동하는 새끼 두꺼비들
온천천 연못의 두꺼비들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대이동에 나섰다. 봄이 돼 겨울잠을 깨자마자 이 연못으로 몰려든 성체 두꺼비들이 지난 2월 대거 알을 낳았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 두꺼비는 마리당 보통 수천 개 이상 알을 산란한다. 환경단체인 온천천네트워크와 생명그물의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10여 마리 이상의 성체 두꺼비가 온천천에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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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부산 온천천 아기 두꺼비들의 목숨 건 대이동 http://omn.kr/1nn6l
알에서 태어난 두꺼비 유생(올챙이)이 뭍으로 이동하기 위한 변화의 시간은 60여 일 정도다. 뒷다리와 앞다리가 나고, 꼬리가 없어지면 아기 두꺼비들은 물을 나와 꼬물꼬물 흙을 밟기 시작한다. 크기는 엄지손가락 손톱만 한 1cm. 아가미가 아닌 피부와 폐로 숨을 쉬게 되면서 본능적으로 비가 오면 산을 향해 이동한다.
양서류는 환경변화에 민감한 종이다. 이러한 특성에 계곡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청개구리 등 양서류 3종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으로 지정돼 있다. 기후에 가장 민감한 종인 양서류가 사라진다는 것은 사람이 사는 공간의 환경변화를 의미한다. 이른바 자연의 경고등인 셈이다. 하지만, 여러 부산 도심 하천에서 두꺼비를 보기는 쉽지 않다. 두꺼비와 도시의 공존은 온천천의 건강성을 확인하는 잣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