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역서도역은 ‘혼불’의 중요한 문학적 공간이다.
이완우
유학생들은 혼불문학관으로 이동하였다. 청호저수지를 바라보며 노적봉으로 향하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혼불문학관을 지키고 있다는 위풍당당한 호랑이 모양의 바위를 만져보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전시실에 입장하여 작가 최명희의 유품과 생전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작품 <혼불>의 내용을 디오라마로 전시한 전시물들을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무당이 굿하는 마당과 장례 행렬의 디오라마에 표현된 우리나라의 옛 풍습에 관심을 보였다.
한 학생이 혼불문학관 전시실의 무당이 굿하는 장면 앞에 오래 머물렀다. 자기의 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의식이 있다고 했다. 사막의 모래바람과 광막한 초원에서 낙타와 함께 생활했던 실크로드 유목민들도 언어가 다르고 표현이 다를지라도 우리와 같은 의식이 있었을 것이다. 세계의 여러 지역과 민족이 역사와 문화가 다르고 개성이 있지만, 지역과 민족을 초월한 보편성 원리가 있다. 이 학생이 우리나라의 옛날 무당이 굿하는 장면 앞에서 문화와 표현이 다르지만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규방 문화를 체험하고 음식 배우기
이웅재고가로 이동했다. 사랑채 대청마루에서 맞춤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웅재고가는 효령대군의 증손인 춘성정 이담손이 무오사화 때 정착하여 500년 넘게 20대째 이어온 종가다. 이 춘성정 종가는 왕손의 저택이지만 규모가 크거나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느낌마저 있다. 이 종가는 뒷마당에 있는 굴뚝의 높이가 낮다. 힘들게 생활하는 이웃들이 있는데, 종가에서 음식을 마련하며 불을 피우는 연기가 나오는 것조차 삼가는 배려였다고 한다.
<혼불>의 최명희 작가도 혼불 작품을 집필하기 전부터 이 종가를 여러 번 방문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혼불> 작품 속 종가의 원형을 구상하였을 것이다. 현재의 종손으로 이 종가의 건물과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이종평씨는 선친인 이웅재씨가 이 종가를 방문한 최명희 작가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는 회고를 들었다고 했다. 이종평씨는 중앙아시아유학생센터의 임실 고택·종갓집 체험단인 인솔 교사와 유학생 등 19명의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서울에서 이날 아침에 내려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매화향 가득한 종가 대청에서 규방 문화의 체험이 시작되었다. 강사는 전통자수 계승자인 전경례씨였다. 전통 규방 문화 체험을 혼불 <소설>의 이야기로 도입하였다. 이야기는 <소설> 혼불의 종부 청암 부인과 효원에게 와서 머물렀다.
19살에 청상과부가 된 청암 부인, 남편 강모와 시누이 강실의 비극적 사랑에 독수공방하는 효원. 이 두 여인이 규방에서 외로움 슬픔 기쁨 모든 것을 바늘과 실에 의지하는 장면을 설정하고, 이 장면에서 이 두 여인이 만들었을 작은 손지갑이 규방 문화 체험의 소재가 되었다. 손지갑을 만들려면 천을 준비하고 부직포를 붙이고, 부직포 형태대로 면 자르기를 한다. 지갑 형태로 오리고, 뒤집을 구멍을 내고 박음질을 하며 감침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