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싶은 섬 소안도 항일운동의 자긍심이 들어 있는 깃발이 방문자를 반긴다
정윤섭
소안도항에 막 도착하면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라는 큰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소안도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소안항에서 마주하는 표지석이다. 소안도가 어떤 곳인가를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문구다.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유독 많은 사람들이 이곳 소안도를 근거지로 하여 항일운동을 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소안도 사람들의 자부심 같은 것이 함축되어 있다.
소안항을 벗어나 얼마 가지 않으면 소안도의 상징이 된 태극기가 일렬횡대로 나부끼며 소안도행을 반긴다. 소안도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태극기는 소안도 사람들의 긍지 같은 것이다.
일렬횡대의 태극기 사이로 '가고 싶은 섬 소안도'가 커다란 글씨로 써 있다. 이 문구가 임철우의 소설 <그 섬에 가고 싶다>와 겹쳐진다. 가고 싶은 섬 소안도는 다소 식상해 보이지만 소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문학적 뉘앙스 때문인지 뭔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저 방문자의 감성 때문일까? '가고 싶다'는 희망은 그래서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임철우는 소설에서 어린날을 추억하며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던 것 같다.
"모든 인간은 별이다. 새로운 생명 하나가 탄생할 때마다 저 하늘에선 별 하나가 자취를 감추고 지구라는 별을 찾았다가 골목에 조등(弔燈)이 걸릴 때마다 하늘엔 낯선 별 하나가 돋아난다. 별들은 서로 사랑만 할 뿐 미워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시작 부문에서 주는 느낌은 강렬하다. 그래서 그 순수하고 아득했던 어린날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몰려온다.
섬이란 모두에게 어떤 대상일까? 가고 싶은 섬일까? 벗어나고 싶은 섬일까? 유토피아적 섬, 아니면 절대 고독의 섬, 섬은 단절된 공간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유배지로 많이 활용되었다. 고도(孤島), 낙도(落島)라는 표현에 그 의미가 담겨져 있다.
섬은 유토피아인 동시에 절대 고독 속에 갇혀 살아가야 하는 디스토피아의 공간이기도 하다. 홍길동전의 율도국은 유토피아이겠지만 정치적으로 유배형에 처해져 섬에 갇혀 살아야 했던 이들에게는 디스토피아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소안도는 적어도 고립된 억압의 공간은 아니고 적절한 경제적 부와 외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해방의 공간 같다. 태풍이 아니라면 육지와 섬의 경계를 이어주는 배는 그렇게 하루에 한 시간 간격으로 그 간극을 쉼 없이 이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소안도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