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의 건강권과 갑질 피해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진행하는 동안 한 조합원이 저상차량의 짐을 정리하고 있다.
이희훈
"참을 만큼 참았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위원장이 29일 CJ대한통운 강신호 대표이사와 강동구 그라시움 아파트를 담당하는 대리점 소장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진 위원장은 고발 이유에 대해 " CJ대한통운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위반했다"라고 밝혔다.
"택배노동자 등 특수고용직에 적용되는 산안법 5조에는 근골격계 질병을 유발하는 유해환경에 대해 즉각 개선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오히려 고덕동 그라시움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와 합의해 소속 택배기사들에게 저탑차량으로 배송할 것을 요구했다. 기사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수백만 원 사비를 들여 탑(화물실)을 깎고 하루에도 수백 번 허리를 구부리며 배송하고 있다."
앞서 택배노조가 <오마이뉴스>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지난 13일 그라시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택배노조에 공문을 보내왔다. 공문에는 'CJ대한통운 당 아파트 배송담당팀과의 협의사항'이라면서 "저상차량(저탑차량) 도입을 위해 일정 기간 유예 후, 전체 차량 지하 배송 실시 합의"라는 문구가 기재됐다. 노조의 주장대로 CJ대한통운과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사이에 저탑차량 도입을 위한 '협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CJ대한통운 관계자는 29일 <오마이뉴스>를 만나 "택배노조가 공개한 문건은 강동지역 아파트 배송과 관련해 해당 구역 집배점(영업소)과 아파트 사이에 협의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면서 "따로 (본사 차원의) 합의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5000세대 규모의 고덕동 그라시움 아파트 단지에는 현재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롯데, 한진, 로젠 등 약 20여 명의 택배노동자들이 배송을 하고 있다. 이들 중 7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이다. 7명 중 4명은 지상출입이 금지된 4월 이전에 이미 택배 차량을 저탑차량으로 사비를 들여 개조했다. 그러나 나머지 3명은 기사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일반 택배차량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지난 1일 고덕동 그라시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등을 이유로 단지 내 지상도로 택배차량 통행을 금지시켰다. 이에 택배노조는 지난 14일 개별배송을 거부하며 아파트 단지 입구에 800개가량의 물건을 쌓아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찾아가게 했다. 하지만 고객들의 항의성 문자와 전화가 택배기사들에게 쏟아지자 다음 날인 15일 택배기사들은 개인별 배송을 재개했다. 결국 일반 택배 차량을 이용하는 기사들은 현재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고 있다.
"CJ대한통운 대표가 직접 저상탑차로 배송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