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로부터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시민 50여 명과 연안정화활동... 안산 해안 쓰레기 1만4800L 수거

등록 2021.04.27 09:55수정 2021.04.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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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그물을 옮기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플라스틱 폐그물은 썩어 없어지지도 않고 성인 남성 여러 명이 붙어 옮겨야 할만큼 무겁다.
폐그물을 옮기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플라스틱 폐그물은 썩어 없어지지도 않고 성인 남성 여러 명이 붙어 옮겨야 할만큼 무겁다. 시셰퍼드코리아
 
지난 25일,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는 안산시 구봉도해변에서 연안정화활동을 진행했다. 시민봉사자를 포함한 53명은 약 3시간 가량 진행된 정화활동 동안 총 1만4800L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100L들이 마대를 기준으로 어업 쓰레기는 30마대, 스티로폼 부표는 32마대, 생활 쓰레기는 13마대가 모였다. 

특히 많았던 쓰레기는 단연 어업쓰레기였다. 양식에 쓰이는 대형 스티로폼, 폐그물, 폐밧줄, 폐어망 등이 해변을 따라 무방비하게 방치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2019년 해양환경정보포털에 따르면 해양쓰레기의 48%는 어업쓰레기이며, 이들의 80%는 플라스틱을 주성분으로 한다.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도 자연분해되지 않고 파도에 의해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쪼개져 어류에 의해 섭취된다. 이렇게 섭취된 미세플라스틱은 다시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 누적된다.

양식에서 발생하는 대형 스티로폼은 성인 몸체만하며 무게도 상당해서 혼자 한 개를 옮기기도 벅차다. 또한 스티로폼은 쉽게 부스러지는 특성상 작은 알갱이로 쪼개져 해안 전역에 퍼져있었다. 모래와 수풀 사이로 파고든 스티로폼을 일일이 치우기란 불가능했다.
 
 어업쓰레기를 수거하는 자원활동가의 모습. 버려진 어업쓰레기는 그대로 바다에 남아 어류를 잡고 죽이기를 반복한다.
어업쓰레기를 수거하는 자원활동가의 모습. 버려진 어업쓰레기는 그대로 바다에 남아 어류를 잡고 죽이기를 반복한다.시셰퍼드코리아
 
 조금도 썩지 않은 폐그물의 모습. 플라스틱을 주 성분으로 하는 폐그물은 버려진 뒤에도 계속 유령어업을 반복한다.
조금도 썩지 않은 폐그물의 모습. 플라스틱을 주 성분으로 하는 폐그물은 버려진 뒤에도 계속 유령어업을 반복한다.시셰퍼드코리아

접근성 낮은 해변 청소 어려움 때문에 방치, 대책 마련 필요

안산 구봉도 해변은 산을 넘어 들어가야 하는 지형 특성상 자동차를 이용한 접근성이 낮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지역이다. 지자체 용역에 의해서 청소가 되고 있지만 관광객들이 찾는 다른 해변에 비해 중요도가 낮아 청소 빈도가 낮고, 그 사이에도 쓰레기는 쉼없이 밀려오기 때문에 항상 해양쓰레기로 가득하다.

일반적으로 수거한 쓰레기를 해변에 모아두고 지자체 담당부서에 신고하면 되는 다른 해변과 달리 구봉도 해변은 산을 넘어 쓰레기를 모아두지 않으면 수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민봉사자들은 수거한 마대를 일일이 지고 산을 다시 건너 해양쓰레기를 옮겨야 했다.

세금을 기반에 둔 용역 청소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전국의 모든 해변을 항상 관리하기란 당연히 어려운 일이며, 눈에 띄지 않는 지역은 방치될 수밖에 없는 현실 아래, 해양쓰레기 발생 자체를 최소화하는 실질적인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
 
 수거한 쓰레기를 지고 산을 오르는 시민봉사자. 구봉도 해변은 차량 진입이 불가해 쓰레기를 일일이 산을 넘어 차량 진입이 가능한 지역까지 옮겨야 한다.이러한 낮은 접근성 때문에 더더욱 방치된 지역이다.
수거한 쓰레기를 지고 산을 오르는 시민봉사자. 구봉도 해변은 차량 진입이 불가해 쓰레기를 일일이 산을 넘어 차량 진입이 가능한 지역까지 옮겨야 한다.이러한 낮은 접근성 때문에 더더욱 방치된 지역이다.시셰퍼드코리아
 
 시민봉사자들이 일일이 매고 산을 넘어 모아둔 쓰레기 더미. 차량이 들어오는 지역까지 옮겨두어야 수거가 가능하다.
시민봉사자들이 일일이 매고 산을 넘어 모아둔 쓰레기 더미. 차량이 들어오는 지역까지 옮겨두어야 수거가 가능하다.시셰퍼드코리아

"바다에 버리지 않았다고 해서 내 쓰레기 아닌 것 아니야"


연안정화활동을 종료하고 해안쓰레기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설명하던 시셰퍼드 코리아 대표 박현선 활동가는 "'정상적'으로 버려져 매립지로 간 쓰레기도 장마나 홍수 등 빗물에 의해 상당수 바다로 쓸려 온다"며 "내가 한번이라도 생산한 적 있는 쓰레기는 언제든 바다로 갈 수 있으므로 해양쓰레기로부터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아무리 쓰레기를 조심해서 처리해도 양식어류를 소비하는 한 폐스티로폼 부표 생성에 일조한 것이며 어류를 소비했다면 어업쓰레기 생성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며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연안정화활동에 처음 참여한 한 시민참가자는 "해양 쓰레기가 많다고 들어만 봤지 실제로 보니까 너무 어마어마해서 깜짝 놀랐다"며, "마치 땅 전체가 스티로폼으로 한 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50여 명의 노력으로 구봉도해변은 깨끗해졌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다. 다음날이면 새로운 해양쓰레기가 몰려올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양쓰레기 문제를 널리 알리고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업쓰레기가 무단방치되는 것을 엄격히 감시하고 대형 어업도구들을 엄격하게 관리해 바다에 버려지지 못하도록 제도화해야할 것이다. 
 
 수거한 쓰레기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찍은 단체사진. 총 85마대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수거한 쓰레기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찍은 단체사진. 총 85마대의 쓰레기를 수거했다.시셰퍼드코리아
 
#시셰퍼드코리아 #해변청소 #연안정화활동 #해양쓰레기 #어업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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