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발열이 되더니 39도까지 올라갔다.
김영은
작년, 전 직장동료와 점심을 먹다가 코로나 확진을 받은 직원이 해고를 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직원은 항의했지만 회사 측은 코로나에 걸려버려 직원들 모두 재택근무하고 건물 소독하는데 돈이 많이 들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안 하고 해고 조치만으로 끝낸 걸 다행인 줄 알라고 했단다.
결국 그 직원은 아무 말 못하고 순순히 해고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사례는 뉴스에서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DB금융투자에선 확진자가 된 이유로 승진·평가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지해 논란이 있었다.
통계청은 2020년 12월 11일 '한국의 사회동향 2020'을 발표했다. 우리 국민 68.3%가 확진이란 이유로 비난받고 피해를 볼 것이 두렵다고 대답했다. 이는 감염 책임을 환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갈수록 사람들은 비난받기 더 두려워했다. 발병 초기인 작년 2월 말에는 확진에 대한 두려움이 비난에 대한 두려움보다 컸으나 코로나 확산세가 절정에 이른 작년 3~5월에는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 확진에 대한 두려움을 앞섰다고 통계청은 밝혔다.
나 또한 68.3% 안에 있는 국민이었다. 민폐 캐릭터가 되어 동기들에게 미안해지기 싫었다. 하는 수 없이 집 근처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기다리는 내내
'혹시 집 앞 슈퍼에 잠깐 들를 때 KF94 말고 덴탈 마스크를 써서 이렇게 된 걸까, 주말은 집에만 계속 있었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등 자책하며 불안해했다.
애꿎은 음료수만 연거푸 마시며 미각은 살아있으니 코로나가 아닐 거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오후 1시가 지나고 차례가 되어 검사를 받고 걸어서 집에 갔다. 이제 지옥의 기다림 시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