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전 복직을 위한 오체투지서울 한남동 박삼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의 자택으로 오체투지 행진 중인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사회 연대자들
아시아나케이오공대위(이혜정)
오체투지 행렬 맨 앞줄에 선 사람들은 코로나19 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기내 청소와 수하물 처리 업무를 도맡아 해왔던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일했던 회사는 아시아나항공의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아시아나에어포트의 2차 하청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다.
2020년 5월 11일 정리해고 돼 벌써 347일째 거리에서 원직복직 투쟁 중이다. 해고 노동자 중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김정남 전 지부장, 기노진 전 회계감사 두 명의 조합원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14일째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코로나19 경제위기의 먹구름이 가장 먼저, 짙게 드리운 곳은 공항·항공 산업이었다. 국경이나 산맥, 암초는 물론이고, 교통정체도 없는 하늘길이 전 세계적인 감염병 유행으로 긴 시간 동안 닫히게 되리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렸던 공항·항공산업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휩싸였다.
공항·항공산업은 공항시설 및 항행안전시설의 관리와 운영 부문 일부를 제외하면, 많은 사업이 민간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여객 및 화물 수송을 담당하는 항공운송사업과 지상조업 부문은 경쟁체제 도입과 비용절감을 목표로 한 민영화와 외주화가 극에 달했다. 공항·항공산업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시절엔 잘 보이지 않던 취약한 뿌리는 코로나19와 함께 바닥을 드러냈다.
사람과 물자를 대량으로 이송하는 공항·항공산업의 경우 경기변동의 진폭이 매우 큰 편이다. 경기악화로 여객 및 화물수요가 감소하면 항공기 임대비용이나 공항시설 사용료 등 고정비용이 높은 산업 특성상 과잉설비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은 충격을 최소화하거나 외부화하는 방법을 즐겨 찾는다. 경제위기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당장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손쉽게 꺼내든 해결책은 인적 구조조정 카드였다.
어쩔 수 없는 해고였다?
여기에서 첫 번째 궁금증이 생긴다. 그렇다면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의 해고는 공항·항공산업에서 불가피한 일이었을까?
위기가 본격화했던 2020년 상반기부터 정부는 공항·항공산업이 전후방 산업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해 아시아나항공에 총 2조 4천억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하는 등 천문학적인 정부 재정을 투입했다. 국가 차원에서 공항·항공산업을 긴급히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 산업 전체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조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조건으로 "고용 총량 유지와 자구 노력, 이익 공유 등의 장치를 마련하겠다"라고 약속했지만, 이는 미사여구에 그쳤다. 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6개월 이상 90% 이상의 고용총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었는데,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의무화'하는 조치는 정작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의 '적시지원, 고용안정' 프로그램의 허점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휴업급여의 최대 90%를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하도급업체 사업주가 아예 회피하고 무급휴직과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경우 또한 방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고용유지 노력조차 하지 않은 아시아나케이오 사측의 무기한 무급휴직 조치에 반발했다는 이유로 아시아나케이오 비정규직 노동자 8명이 해고됐다. 이들 중 6명의 해고 노동자들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해 2020년 8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고, 이어 12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초심유지(부당해고) 판정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아시아나케이오 사측은 원직복직 명령 대신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해 이행강제금을 부담하는 쪽을 선택했다. 급기야 2021년 초에는 대형로펌 변호사 세 사람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행정소송(중노위 재심판정에 대한 취소 소송)까지 나섰다.
노동위원회 1심, 2심에 걸쳐 사용자의 정리해고 처분이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해고 노동자들의 침해된 지위와 권리는 아직까지도 원상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 땅에서 노동자로, 해고자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똑똑히 알게 되었다. 회사는 복직시킬 여력이 없다면서 수천만 원 들여 변호사를 선임하고, 또 수천만 원을 들여 이행강제금을 내겠단다. 그 액수면 우리가 원직복직하고도 남을 텐데, 결국 민주노조 조합원들을 길거리에 방치하겠다는 속내 아닌가."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지부장의 발언 중)
'진짜 사장' 박삼구가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