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농본 대표 변호사.
이재환
농촌은 기후 위기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긴 장마로 대다수의 쌀 생산 농가의 벼 수확량은 반 토막이 났다. 농민들이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를 가장 먼저 겪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뿐 아니라 농촌 지역의 공무원들조차 산업단지 건설에 열을 올릴 뿐 정작 농업과 농촌을 홀대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울과 연결되는 고속도로 주변의 농촌 마을을 중심으로 폐기물처리시설과 유해 화학기업이 포함된 산업단지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그 과정에서 농지가 파괴되고, 마을 주민들이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공동체가 붕괴되는 곳까지 생겼다.
이런 가운데 농촌과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농촌형 공익법률센터가 설립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4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에서는 농본(대표 변호사 하승수)의 개소식이 열렸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는 노동과 인권을 위한 공익법률센터가 있다. 하지만 농촌과 농민을 대변하는 법률센터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승수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농본설립을 생각해 왔고 올해 실행에 옮겼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본의 큰 힘과 무책임한 정치·행정이 농촌의 마을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자본에 맞서는 우리의 힘은 미약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힘을 잘 모은다면 '지키고자 하는 힘'이 '파괴하려는 힘'보다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농본' 2행시를 통해 "'농'촌을 파괴하는 자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며 포부를 다졌다.
농본 사무실로 쓰이는 컨테이너는 오두리폐기물처리시설 반대투쟁위원회에서 기증했다. 지난 1월 19일 금강유역환경청(환경부)은 홍성군 갈산면 오두리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해 부동의 처분을 내렸다.
이때 하승수 변호사의 법률 자문이 큰 역할을 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오두리 반대투쟁위원회 사무실로 쓰인 컨테이너가 농본 사무실로 변신해 새 단장을 하게 된 것이다.
전기룡 오두리 주민대책위 간사는 "폐기물처리시설 건설 문제로 지역 농민들이 힘든 일을 겪었다. 법에 대한 지식도 없었다"며 "그때 하 변호사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고 사무실을 기증한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