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온라인 배송노동자 대책 수립을 위한 마트 산업 노동조합의 기자회견 모습마트 산업 노동조합 온라인 배송지회장 이수암씨는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작년 11월 배송 도중에 롯데마트 배송기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어요. 엘리베이터 승강장에서 쓰러졌는데, 마트에서는 운송사와 계약했을 뿐 자기네 직원이 아니라며 문상이나 위로조차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때는 여론에 밀려 보상처리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후속조치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또 지난 4월 2일에 이마트 쓱닷컴의 새벽배송 기사(41세)가 사망했어요. 마트 온라인 배송 노동자들의 근무조건이 워낙 열악해서 개선하지 않는다면,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2020년 11월 배송 도중에 롯데마트 배송기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어요. 엘리베이터 승강장에서 쓰러졌는데, 마트에서는 운송사와 계약했을 뿐 자기네 직원이 아니라며 문상이나 위로조차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때는 여론에 밀려 보상처리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 아무런 후속 조치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또 지난 4월 2일에 이마트 쓱닷컴의 새벽배송 기사가 사망했어요. 마트 온라인 배송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마트 산업 노조 온라인 배송지회 이수암(59) 지회장, 그는 2019년부터 홈플러스 안산점에서 온라인 배송 일을 시작했다.
"처음 이 일을 하면서 노동조합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나이도 있고, 예전에 철도 관련 일을 할 때 노조 설립에 실패한 경험도 있어서, 그런 쪽으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았어요.
온라인 배송 일을 하기 바로 전에 택배 일을 했는데 힘들었어요. 대형마트는 그보단 좀 나을 거라고 기대했죠. 하루에 몇백 개 씩 배송하다가, 마트에선 40~50건만 하면 되니까 쉬워 보였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서 접한 현실은 180도 달랐습니다. 일반 택배 일보다도 힘들고, 노동 조건도 열악했어요."
상품 개수와 상관없이 한 가구당 1회 처리
택배 배송은 대개 상품 한 건당 1회로 쳐서 수수료를 매기지만, 마트 배송 1건은 상품 개수와 무게에 제한 없이 한 가구당 1회로 처리된다. 많게는 수십 kg씩 나가는 물품을 배달해도 배송 1건일 뿐이다.
물은 84kg, 쌀은 140kg이 넘으면 1만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그러니까 139kg의 쌀을 운반해도 1달에 채워야 하는 배송 건수 650건(마트 별로 조금씩 상이하다) 중 1건에 해당될 뿐이다.
이들은 1달에 650건 내외 배송을 하면 320만~ 35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그러나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는 대형마트가 아닌 중간의 운송사와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 사업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300만 원 남짓한 월 소득에서 차량 할부금, 유류비, 차량 유지비 등은 개인이 지출해야 한다.
또 배송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은 300만~400만 원을 내고 운송사에서 빌려야 하고, 매달 20만 원 내외의 지입료도 내야 한다. 여기에 매달 22만 원의 화물공제조합 보험료도 있다. 이런 비용을 제하면 실수입은 최저임금 남짓에 불과하다.
그 외에 부조리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차량이 개인 소유로 되어 있어 관련 비용을 모두 운송기사 개인이 처리해야 하지만, 그 차량에 대형마트 로고를 달고 마트에서 요구하는 광고를 도색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차주인 배송기사에게 광고료는 전혀 지급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오전 9시에 나가서 오후 7~9시 사이에 퇴근했으나, 몇 년 새 계속 늘어난 배송 물량이 코로나 상황과 맞물리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해 근무시간도 길어졌다. 많아진 물량에도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담아 준비하는 피커(Picker)들 선에서 상품 준비가 지체된다. 배송기사들은 배송 나가는 시간 외에는 대기하는데, 그 시간 동안에도 쉴 수가 없다. 배송 외에도 해야 할 잡일이 있고, 시키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으며, 따로 휴게실도 없다.
가족이 죽어도 마음대로 쉴 수 없는 온라인 배송기사
"가족 친지가 돌아가셔도 배송기사는 슬픔이 먼저가 아니에요. 당장 대리 기사를 어떻게 구해야 할지부터 걱정합니다. 자비를 지불하고 '용차'라 하는 배송차량과 대리 기사를 직접 구해야 하는데, 용차비가 너무 높아요. 우리가 하루에 버는 돈이 10만 원 안팎인데, 용차비는 하루에 20만~25만 원입니다. 3일 장을 치르려면 60만~70만 원이 나가는 거죠.
이런 사정이니 아파도 병원에 가거나 며칠 병가를 낼 엄두를 못 냅니다. 심지어 배송 일을 하다가 다쳐도 보상은커녕 70만 원 이상 용차비를 자비로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런 사례도 있었어요. 딸 회사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직접 접촉자는 아니어서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됐지만, 운송사의 요구로 이틀간 쉬면서 예방차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회사가 용차비 73만 4000원을 개인에게 부담시켰어요. 나중에 노조가 개입해서 돌려받기는 했습니다만..."
온라인 배송기사들은 따로 점심시간이 없어서 건강에도 무리가 따른다. 무거운 짐을 나르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도 거의 다 하나씩 가지고 있다. 한 달에 4번 쉴 수 있는 휴일도 다른 직장과는 다르다. 일요일이 아니고 평일인 마트 의무휴업일 2번, 의무 휴업이 없는 주의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한 번씩 조를 나눠서 교대로 쉰다.
"너무 답답하고 열악한데, 이런 문제를 얘기할 만한 통로가 없었어요. 특히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운송사와 맺는 위탁계약서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표준계약서'를 왜 쓰지 않느냐고 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데요. '노예계약서'나 다름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동자의 권리가 무시된 계약서예요.
결국 제가 이 일을 시작한 지 10달 조금 넘었을 때, 자주 대화하던 동료들과 이런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어요. 그래서 기존의 마트산업노조에 문의했더니 우리가 특수고용직이지만, 노조 설립증이 없어도 산별노조인 마트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홈플러스 안산점 배송기사 5명부터 마트산업노조에 가입하고 노조 설립을 준비를 시작했죠."
그런데 해가 바뀐 2020년 초 코로나가 확산되며 비상상황이 지속됐다. 그렇지 않아도 증가하던 온라인 배송 물량이 그해 1월 말부터 치솟으며 2월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마트에서도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대처를 제대로 못했다.
피커들도 쏟아지는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면서, 물건이 배송기사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시간이 늘어났다. 이는 오롯이 배송기사의 근무시간 연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스크 지급도 안 됐고 체온 측정도 전혀 없이 온라인 배송기사들은 코로나 상황에 내몰렸다.
노조 설립 후 해고, 노동위원회 복직 판결에도 일터로 못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