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셰프들과 수제 간식을 만드는 한아름 대표. 개로만족의 모든 제품은 사람도 먹을 수 있도록 국내산 재료를 이용한다
개로만족
부모님은 맞벌이로 늘 바빴다.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준 건 할머니였다. 할머니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랐다. 문득 돌아보니 이상했다. 할머니들은 왜 일을 하지 않을까? 아니 왜 그들에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그때부터 노인 일자리, 특히 여성 노인의 일자리에 관심이 생겼다. 인권과 노인 일자리, 복지에 대해 알고 싶어 북유럽 국가에 관해 배우는 스칸디나비아어과에 진학했다. 교내에 창업 동아리에 들어가 노인 일자리 해결을 위한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게 개로만족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능력이 있지만, 누군가에겐 능력을 발휘할 무대조차 주어지지 않더라고요. 할머니들이 능력을 발휘할 무대를 만들고 싶었어요."
반려견과 할머니를 연결한 계기는 한 대표가 키우는 7살 강아지 '콩이'였다. 할머니께 콩이를 잠시 맡아주신 적이 있는데 할머니께서 무척 좋아하셨다는 것. 한 대표는 콩이를 손녀 돌보듯 돌보던 할머니의 모습에서 노인 일자리와 반려견 수제 간식을 연결 짓기로 결심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노인 일자리 사업에 선정됐어요. 처음에는 대한노인회와 협력하면서 열 분의 할머님과 일을 했고요. 지금은 동대문 시니어클럽과 협약을 맺고 다섯 분의 할머님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창업 후 1년이 지났다. 한 대표는 24살 사장님이 됐다. 매출은 초반과 비교해 20배 이상 성장했다. 직원 수도 13명으로 늘었다. 작년부터 꾸준히 각종 매체에서 개로만족의 이야기를 보도했고 방송에도 나왔다. 하지만 개로만족의 항해가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요?
"경영에 대해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학교를 다닐 땐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해서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회사에 적용하려고 노력했고요. 멘토님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없어서 작은 연줄이라도 잡으려고 시도를 많이 했어요. 마음에 드는 회사 있으면 대표 번호로 전화해서 대표님과 통화하고 싶다고 시도하기도 했어요."
- 행동력이 굉장히 강하시네요.
"절실하니까 물어보게 됐어요. 경험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다고 믿거든요. 먼저 겪은 창업 선배들도 분명 저와 같은 막막한 시기를 거쳤을 테니 노하우를 공유받고 싶었어요. 창업에 성공하는 이유는 다 다른데 실패하는 건 다 같은 이유로 실패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실패를 꼭 알고 싶었달까요?"
- 창업 초기에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건강한 피드백 문화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어요. 선생님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일이 익숙하지 않으셔서 처음에는 서로 지적하는 일도 못 하셨거든요. 저희 제품이 수제 간식이긴 하지만 최대한 비슷한 양으로 썰어서 나가요. 한 번은 할머님 한 분이 양 조절이 어려우셨나 봐요.
다른 선생님이 그 부분을 지적하고 싶은데 직접 이야기를 못 하셔서 저에게 '저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 뒤로 직무 교육을 할 때 피드백 문화를 장려하고 있어요. '서로에게 피드백해주면서 멋진 셰프가 됩시다'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