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리도 개념도강리도 지리개념
공개된 이미지
세계는 인정하는데... 한국에서 '삭제'된 강리도?
다시 남아공 국회의 포스터로 돌아가자. 남아공 국회가 2002년부터 <천년프로젝트Millenium Project>의 일환으로 추진한 '새로운 정체성 찾기', '미래를 지도로 그리기' 프로그램에 강리도가 핵심 모티브로 활용되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나중에 살펴본다.
헌데, 한 가지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강리도가 중국제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남아공에서는 국회에 전시되었던 2002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강리도가 중국제로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세계 학계에서는 강리도가 이미 기념비적인 인류 문화유산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되었다. 스미소니언은 인류 역사의 대표적인 문화재 1000개를 선정하여 대형 도록을 냈다. 그 가운데 소수의 작품을 '특대'로 다루고 있다. 마그나카르타, 로제타석 등과 함께 강리도가 '특대'에 속한다(<그림 1>에서 맨 앞의 큰 책).
영국 학자가 쓴 역저 <12개의 지도로 본 세계역사>에서도 강리도는 가장 중요한 지도의 하나로 조명되고 있다. 미국에서 출판된 <지도의 역사> 시리즈 아시아편에서는 강리도가 표지 지도로 올라와 있다(<그림 1>에서 정면에 서 있는 책).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국사사전이나 세계사 연표에서 강리도를 찾아볼 수 없다. 석박사 논문 한 편 나온 적이 없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조지형(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지구사연구소장)은 "세계사적으로 이토록 중요한 지도가 왜 국내에서는 홀대받고 있느냐"고 묻고 스스로 답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세계사의 맥락을 잃어버린 우리 역사문화의 고립주의적 태도 때문이다"(동아일보 2011.5. 14 컬럼, "현존 最古 세계지도 '강리도'를 아십니까")
'우리 역사문화의 고립주의적 태도'라는 지적은 정곡을 찌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류코쿠 대학은 강리도를 지극한 보물 즉 <지보至寶> 1호로 지정하고, 그 세계사적 가치를 이렇게 요약한다.
"이처럼 여기에는 역사를 바꿔버릴 대발견이 많이 숨어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가 담겨있는 실로 거대한 <역사 문헌>이라고 말할 수있다." (관련 링크)
강리도는 현재 외국의 많은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학습 과제로 삼고 있다. 미국의 e-learning 회사 사이트 www. coursehero.com에서 'Kangnido'를 검색해보면 어떤 학교에서 어떻게 연구, 학습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강리도가 가장 빛나는 무대는 학술 분야이다. 관심과 전공이 서로 다른 세계인들이 강리도에서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받고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강리도는 하나이지만 일천 강에 비추는 달처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비춰진다. 실로 <월인천강지도月印千江之圖>가 출현한 것이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현상으로 보인다.
그간 글쓴이는 <지도와 인간사> 연재( 2017.11~2019.12)에서 외국의 강리도 연구 성과와 평가를 단편적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무언가 미흡하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강리도가 중국제로 통용되고 있어도 무한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럽다. 나라 밖에서 강리도가 어떻게 조명되고 있으며 또 어떻게 역사를 새로 쓰게하고 있는지 그 사례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려는 까닭이 그러하다.
먼저 미국에서 판을 거듭하고 있는 지리학 서적 하나를 살펴보는 것으로써 여행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