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고등래퍼4> 멘토 출연자 등장 화면 갈무리
엠넷
그런데 눈살을 찌푸리게 된 경우가 몇 차례 있다. 가장 크게 놀란 건 멘토인 성인 래퍼들이 명품 로고가 선명하게, 그것도 옷 전체에 가득 새겨진 점퍼와 바지 등을 입고 아무렇지 않게 방송 화면에 등장한 것을 보고서다. 카메라가 출연자를 클로즈업할 때면 그가 입은 옷의 명품 로고가 화면 전체를 거의 다 뒤덮고도 넘칠 정도로 보이기도 한다.
방송이나 광고에 대해 문외한은 아닌데 어떻게 저런 장면이 가능한지 도무지 모르겠다. 만약 저들이 입고 나온 옷이 간접광고라면 두말할 필요 없이 방송법 시행령 위반이다. 간접광고로 노출되는 상표 등의 크기가 화면의 1/4을 넘지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위반 여부를 떠나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에 저런 명품 광고를 하는 게 말이 안 된다.
만약 출연자 각자가 알아서 입고 나온 경우라면? 방송심의규정에서는 '방송은 상표를 과도하게 부각하는 등 시청 흐름을 방해하거나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아니 된다'며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내용 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로 정하고 있다.
저 정도의 노출이 과도하게 부각된 게 아니고, 방송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라 할 수 있을까. 굳이 고등학생의 프로그램에 명품 옷을 자랑하며 입고 나온 래퍼나 그걸 그대로 화면 가득히 보여준 방송이나 이미 '꼰대'가 된 탓인지 나로서는 납득하기 힘들다.
이 밖에 멘토로 나온 래퍼 염따가 경연 참가자들을 지칭하며 서슴없이 "급식들", "급식답다" 따위의 말을 반복하고 그대로 방송한 것도 불편하다.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 초·중·고 학생들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을 '세상에 외치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내세운 프로그램에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방송한 걸로 보였기 때문이다.
<고등래퍼>는 '15세 시청' 딱지가 붙었지만 적지 않은 초등학생들도 보는 게 현실이다. 랩을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한다면 <쇼미더머니>까지 챙겨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서 제작하라는 건 아니다. 다만 청소년을 주인공이자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라면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쓰면 좋겠다.
"플렉스했지 뭐야"가 유행이고 문화적 현상이라 하더라도 굳이 방송이 청소년에게까지 조장할 필요는 없다. 더 근본적으로는 고등래퍼가 멘토들의 힙합 레이블에 들어갈 또 다른 '(곧 성인) 래퍼' 한 명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기보다는 힙합 문화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 된다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을 것이다.
* 플렉스(Flex): 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래퍼들이 부나 귀중품을 뽐내는 모습에서 유래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 뽐내다'라는 뜻으로 쓰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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