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국의 부동산 세제 비교'에 따르면, 미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전국 3100여 개 각 시·군이 세율과 과표를 결정하는데, 실효세율은 최저 0.3%~최고 4.0%이며, 50개주 대표도시의 중위 실효세율은 1.54%이다. 그런데 한국은 2019년 기준 0.17%밖에 안 된다. 이것을 미국 50개주 대표도시 중위 실효세율(1.54%)과 비교하면, 미국의 9분의 1밖에 안 된다. 또 이것은 OECD 주요 12개국 평균(2018년 기준 0.37%)의 절반도 못 미친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의 경우,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실거래가격의 3.1%를 재산세(property tax)로 부과한다. 한국도 실거래가의 3% 정도까지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신 거래세(취득세·등록세, 양도소득세)를 낮춰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3% 수준으로 갑자기 확 올리면 경제에 쇼크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목표를 향해 지금부터 점진적으로 대략 10년 동안(정권 2번의 기간) 강화해 가야 한다. 한국의 많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미국의 재산세 실효세율을 1%라고 말하면서 그것을 한국 부동산 보유세의 목표치로 제시해왔는데 그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그 절반 정도밖에 안 되게끔 8.31부동산 대책에서 0.61%를 12년 후의 최종 목표치로 발표했고(당시 한나라당이 발표한 0.5%와 별 차이 없음), 문재인 정부는 이마저도 없는 상황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만약 보유세를 조금만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지 않으면, 다주택 소유자들이 팔지 않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가게 돼 시장에서 거래가 동결되고 공급이 감소하게 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상승해버릴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면 투기적 목적으로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 보유자들이 보유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시장에 매물로 내놓게 되기 때문에 공급이 증가해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화를 달성할 수 있고, 투기를 봉쇄할 수 있다.
고가의 주택 한 채를 가진 무소득 노인의 경우, 강화된 보유세를 부담할 수 없다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는 보유세 납부를 이연(移延)해 나중에 집을 매각할 때 한꺼번에 보유세를 납부하거나, 주택연금에 가입해 그 연금의 일부를 가지고 납부하면 된다.
기본소득, 통일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지공주의'
실거래가의 3% 정도까지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면, 한국의 부동산 가격 총액은 1경 원이 넘으므로 보유세 수입만 연간 300조 원이 넘게 된다. 그 가운데 절반만이라도 기본소득 재원으로 삼아 모든 국민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면 매월 4인 가족 기준으로 100만 원(매해 1200만 원) 정도를 지급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보유세를 납부하는 사람들도 자신과 자기 자녀와 손자녀들이 모두 기본소득의 혜택을 누리게 되므로,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동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부동산 가격을 과표(과세표준)로 잡으면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강화함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해마다 떨어지기 때문에 동일한 세액을 징수하려면 해마다 세율을 높여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과표를 부동산 가격이 아니라 '지대(地代, 토지사용료)'로 잡고 세율을 거의 100%로 하면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헨리 조지가 주창한 지대조세제이다. 그리고 이런 체제를 지공주의(地公主義, Geoism)라고 한다.
지공주의란 '토지 평등권' 원칙을 지대를 공유하거나 균분하는 방법으로 구현하자는 사상이자 경제체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지공주의 정책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든 사유지(私有地)에 대해, 잠재 지대(地代)를 매년 토지소유자에게서 조세로 환수해 최우선적 정부수입으로 삼는 제도인 '지대조세제(地代租稅制, Land Value Taxation)'로서 '토지가치환수제'의 일종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모든 공유지(公有地)에 대해, 토지사용자에게 토지사용권을 주고 그 대가로 지대를 징수하여 최우선적 정부수입으로 삼는 제도인 '토지공공임대제(土地公共賃貸制, Public Land Lease)'다.
남한이 지대조세제를 실시하고 북한이 토지공공임대제를 실시하면, 명칭만 다르지 실제 내용에서는 남북 모두, 지대는 거의 전부 환수하고, 생산·유통·소비·소득 등에 대한 조세는 최대 감면하는 경제체제로 바람직한 통일 경제체제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경제 성장과 분배 정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상당히 잡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공주의 체제는 통일한국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지대 총액은 연간 300조 원으로 추정되는데, 지대조세제를 실시하게 되면 이 지대 300조 원을 거의 전부 해마다 환수해 기본소득을 비롯한 공공재원으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세상이 내가 꿈꾸는 희년 세상이며 대동 세상이다. 이 지공주의 개혁은 우리 역사에서 조선 시대의 대동법 개혁과 일맥상통하는 대안이다.
현대판 대동법 개혁
대동법은 조선 시대의 가장 위대한 개혁이었다. 당시 양인의 3대 의무인 조용조(租庸調) 곧 토지세(租), 신역(庸: 군역, 요역), 공납(調) 가운데 가장 큰 부담이었던 공납은 지역 특산물을 공물로 납부하게 한 것을 말하는데, 고을 단위로 부과돼 빈부 관계없이 가호별로 똑같이 부담하는 역진성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양반 지주들이 권력으로 그 부담을 회피하고 땅이 조금 있거나 아예 한 평도 없는 상민들이 그 부담을 져야 했다.
게다가 지역 수령들이 방납업자(공물을 대신 납부하는 상인)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상민들이 몇 배의 가격으로 방납업자들로부터 공물을 구입해서 납부하게 만든 방납(防納)의 폐단이 심각했다. 그 결과 양반 지주들은 더 부유해졌고 상민들은 무거운 공납을 부담할 수 없어 유민(流民)이 되었으며 국가 재정은 파탄이 났고 이는 군사력의 양적 질적 저하로 이어져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망국(亡國)의 위기를 초래했다.
이 공납의 폐단을 해결한 것이 바로 대동법이었는데, 그 핵심은 지주들에게 그 토지의 가치에 따라 현물(쌀, 면포)로 징수한 것이다. 징수단위인 토지 1결(結)은 단순히 토지의 '면적' 단위로 오해하기 쉬우나, 1등전부터 6등전까지 그 가치가 높은 토지에서 낮은 토지로 내려갈수록 1결의 면적이 일정한 비율로 넓어지기 때문에, 1결은 토지의 '가치'를 기준으로 한 단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대동법이 토지 가치를 기준으로 부과했다는 점은 지대조세제가 토지 가치인 지대를 기준으로 부과한다는 점과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땅이 없는 사람은 전혀 내지 않고 조금 있는 사람은 조금만 내고 땅이 많이 있는 양반 지주는 그만큼 많이 낸 이 대동법 개혁 덕분에, 상민들은 숨 쉴 수 있게 됐고 국가재정은 확충돼 경신대기근과 같은 국가 재난 시에 많은 농민들이 대동법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공납의 폐단을 지적한 조광조로부터 시작하여 특산물 대신 쌀로 거두는 대공수미법(代貢收米法)을 제안한 이이와 유성룡을 거쳐 대동법을 경기도에 처음 실현하는 데 기여한 한백겸과 이원익, 그리고 그 전국적 실현을 위해 죽는 날까지 헌신한 김육과 그 아들 김좌명에 이르기까지 200년 동안 깨어있는 양심이었던 조선의 경세가(經世家)들이 수많은 반대와 난관을 극복하면서 제안하고 추진했던 이 대동법 개혁 덕분에 비록 그 실시에 여러 한계가 있었으나 조선은 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시급하고 절실한 개혁은 바로 현대판 대동법인 지공주의 개혁이다. 이 지공주의 개혁은 분배 정의를 달성하여, 생존최저임금과 대량 실직으로 위기에 처한 경제적 약자들을 그 고통에서 건질 것이다. 동시에 경제성장도 촉진시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우리 시대의 경제적 약자들은 너무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 마음을 헤아려 속히 현대판 대동법 곧 지공주의 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경세가들, 정치인들이 이 땅에 하루 속히 등장해야 한다. 그리고 이 지공주의 개혁으로 통일한국을 준비해야 한다.
이재명 지사에게 드리는 충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