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민주시민교육' 관련 국회토론회 장면2020년 7월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학교민주시민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향후 입법과제' 토론회 장면
하성환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주권자'로서 '비판적 ‧ 창의적 사고'를 지닌 '연대하는 시민'을 육성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주권자 의식을 갖춘 민주시민으로서 공동체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비판적‧창의적 사고를 통해 미래사회를 설계하며 사회적 약자와 연대할 줄 아는 인간상을 추구해야 한다.
다가올 미래사회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로봇공학 등 첨단 과학기술과 IT 기술의 놀라운 발달이 하나의 충격으로 우리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따라서 학교교육은 급변하는 미래사회의 양상을 우선적으로 예측하여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통섭에 기초한 창의적 사고를 학교교육과정이 감당해야 하는데 창의적 사고는 반드시 도덕적 가치를 지향하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도덕적 가치는 창의적 사고의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의적 사고의 나침반으로서 비판적‧도덕적 사고를 함양하는 것은 학교교육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필수 내용 요소이다.
단순히 입시중심 지식을 축적하고 암기하는 교육행태를 지양한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미래사회 미래교육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비판적‧창의적‧ 사고를 갖춘 연대하는 시민을 기르는 것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시대정신이자 절체절명의 당면과제이다.
요컨대 궁극적으로 학교교육을 통해 길러내고자 하는 인간상은 급변하는 사회현실 속에서 연대와 협력을 일상의 삶으로 받아들이며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연대할 줄 아는 시민'을 길러내는 것은 미래교육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프랑스 '시민도덕' 교과를 '연대의 끈'으로 일컫는 이유도 미래교육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바로 '연대할 줄 아는 시민'을 육성하기 위함이다. 독일 민주시민교과인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 역시 민주적으로 사고하고 정치적으로 성숙한 시민을 기르는 데 있다. 16개 주 정부마다 '정치교육'의 교과명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동일하다.
'정치교육'을 통해 중고등학생들은 정치적 분석 역량과 정치적 판단 역량을 기른다. 정치적 쟁점을 문제 상황과 연관 지어 분석하면서 정치적 결정과 해결방안들을 학습한다. 비판적‧창의적‧도덕적 사고와 연대의 범위를 독일 국가에서 유럽연합을 주도하는 국가로 확장시킨다. 나아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성숙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시민역량을 추구한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김나지움 '정치교육' 교과인 '공동사회'(Gemeinschaftskunde) 학습주제를 살펴보면 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중학교와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김나지움 8-10학년의 경우, '사회집단에서 함께 생활하기', '학교 참여', '공동체 정치', '독일에서 정치적 결정과정', '국제사회 평화와 인권'을 학습한다.
나아가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 11-12학년에선 '사회민주주의 국가의 형성'과 '국제적 과제', 그리고 '유럽의 경제정책'을 학습한다. 나아가 '국제체제의 토대'와 '평화와 안전', '독일의 국외 정치', '전 지구적으로 통치하기'를 학습한다.
'정치교육'을 통해 형성하려는 정치적 행위 역량은 자신의 의견과 이해관계를 명확히 하여 토론과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향한다. 특히 사회적 소수자의 처지를 배려하는 능력과 정치‧경제‧사회문제에 대해 매체를 활용하여 문제제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나아가 정치적 쟁점을 명료화하여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교육을 통해 학습한다.
실제로 독일은 연방 차원에선 주 정부와 학교 교육을 지원할 뿐 간섭하지 않는다. 독일 학교교육은 16개 '주 정부 문화교육부장관회의'(약칭 KMK)에서 교육과정에 대한 기본방침을 결정한다. 놀라운 사실은 KMK에서 정치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생 참여'를 크게 강조하고 이를 권장한다는 데 있다. KMK에서 각 주에 제시한 '학생 참여' 차원의 기본 방침 4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학생들에게 학생회 등 교내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참여 권장
․ 학교에서 특별한 참여 활동에 대한 포상
․ 학생들에게 시 학생의회나 주 학생의회 등 교외 정치 참여 권장
․ 학생들에게 학교 평가 참여를 권장
독일 문화교육부부장관 협의체 회의(KMK)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교내 의사결정에 참여를 권장하는 것은 우리 교육부와 별 차이가 없다. 다만 학교 밖 정치활동인 시 학생의회나 주 학생의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장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에선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