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금융권 채용성차별 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참가자가 "유리천장이 눈으로 드러나는 분노스런 사건 기가막힌다! 똑바로 하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있다.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이 발생한 2021년, 여전히 여성노동자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채용성차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피해자들은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한다면 어떡할래요?", "커피를 타오라고 하면 타 올 거예요?" "상사가 스킨십을 시도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등의 저질스러운 질문을 듣고 답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이뿐 아니다. 면접관은 '미투' 때문에 여자는 채용하지 않는데 그냥 한번 불러봤다며 모욕을 주었다고 한다. 면접 당사자가 미투는 남성의 잘못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냐고 되묻자, 사전에 미투를 방지하기 위해 여성은 안 뽑는다는 답이 돌아왔단다. 미투 때문에 회식도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결혼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 '그렇다'고 답하자, 면접관은 '여자들은 결혼하고 애 낳고 금방 회사를 관둬서 문제'라고 했다. 이어 '아이는 낳을 생각이 없다'고 답하자, 남자친구는 이 사실을 알고 있냐며, 그래도 아이는 낳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한 여성은 대기업 그룹면접에서 남성에게만 주요 질문이 주어지고, 여성에게는 전체 공통 질문밖에 주어지지 않아 내내 병풍처럼 앉아 있다 왔다고 증언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들은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질문을 감내해야만 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공분했다.
나열한 질문과 상황 중 '직무수행과의 연관성', '개별 면접자의 능력치나 이전 경력'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 단 하나라도 있나? 모두 업무와는 관련이 전혀 없는 '성차별적 질문'들이다.
서울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로도 매해 채용성차별 사례가 접수된다. 면접에서 '남성상사와 출장을 가게 되면 어떡할 거냐, 숙소를 두 개나 잡으면 비용이 두 배로 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들었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상담 사례를 통해 연결이 된 한 여성은 '채용공고에서 같은 직무로 인력을 뽑는데 성별에 따라 임금격차를 둔 걸 보았다. 이런 기업의 행태에 조치나 제지를 가할 방법이 없는지'를 상담해왔다. '남성만 채용한다는 공고가 올라와 익명제보를 했는데, 채용글만 삭제'되고 이후 어떤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었던 사례도 있었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나서서 신고한 사례도 결과는 별다르지 않았다. 법적으로 금지된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 채용공고'를 올린 기업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으나, 고용노동부의 처리는 해당 기업이 채용공고를 내리게 하는 것에 그쳤다.
고용노동부가 채용성차별 관리·감독 안하면 누가 하나
기업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재차 처리과정 및 결과에 대해 확인을 요구하자 '회사가 제출한 서류상 임금에서 남녀차등이 확인되지 않아서, 채용성차별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답한 것이 전부였다.
채용성차별이 의심되는 사례를 인지하였다면, 회사가 제출한 서류만을 보고 확인할 게 아니라 적극적인 근로감독 실시로 차별임금이 채용공고에 올라오게 된 경위와 또 다른 기업 내 성차별 사안은 없었는지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지도점검을 하는 등 성차별 해소를 위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어야 한다. 권한을 가진 고용노동부가 법 위반을 관리감독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할 수 있나?
우리는 이미 2017년부터 공공기관 채용성차별, 금융권 채용성차별, 대기업의 채용서류 폐기 등을 목도한 바 있다. 그러나 점수를 조작하면서까지 일부러 여성을 탈락시킨 기업에 고작 벌금 500만 원, 채용성차별 증거를 없애기 위해 서류를 폐기한 기업에 고작 벌금 300만 원의 처벌이 내려질 뿐이었다. 이후 고용노동부가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센터'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지는지, 성차별 기업에 대한 제재나 관리감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