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는 변희수. 15일 오전 대전지방법원에서 변희수 하사 전역 처분 취소 소송이 진행됐다.
유지영
"피고 측에게 입증책임이 있는데 증거자료를 하나도 제출하지 않았네요."
15일 대전지방법원에서 고인이 된 변희수 육군 하사의 전역처분 취소소송 첫 심리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판사가 피고인 군법무관에게 한 말이다. 성확정수술(성전환수술) 이후 군에서 쫓겨난 변 하사가 살아있을 적에 제기한 취소소송이다.
벌써 8개월이 흘렀으나 아직 군은 증거자료 하나 제출하지 않았다는데 할 말을 잃었다. 변 하사 측 변호사도 이를 짚었다. 군은 전역심사위원회 심사자료 등 증거자료를 하나도 제출하지 않았다. 모든 재판이 그렇듯 피고가 자신이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니거나 적법한 것이었다는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하고도 근거조차 제출하지 않다니! 군의 태도에 대한 화가 났다.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직업을 박탈한(전역처분한) 군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오만함이다. 굳이 입증할 필요도, 설명도 없다고 여기는 오만함은 우리에게 분노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숱한 사건에서 보아왔던 태도이기도 하다. 동시에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것 같았다. 전역처분과 변 하사의 죽음은 국가폭력이자 사회구조적 폭력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맑아졌다.
입증책임을 가벼이 여기는 가해자들의 당당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편견에 근거해 권리를 박탈할 수 있는 권력으로부터 비롯된다. 군 지휘부에 자의적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권력을 줄 것인가, 그 권력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 모든 구성원에게 권한을 골고루 나눠줄 것인가가 중요한 이유다.
평등하지 않은 군의 구조. 여성 군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나 동성애 군인 색출 사건 등에서도 보이듯, 군은 성별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우하지 않는다. 군의 차별행위에 대해 '군 기강 해이'나 '국방력 약화'라는 말로 대충 얼버무려도 만병통치약처럼 통하는 '비합리적, 비상식적, 반인권적' 인식과 논리, 문화가 팽배한 것이다. 여전히 1950년대식 사고를 하고 있는 군 수뇌부는 분단체제를 볼모 삼아 차별 행위를 정당화하는데 동원한다.
국가배상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한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