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서장대팔달산 정상 수원화성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서장대는 방화로 인한 화제로 인해 수모를 겪었다. 주위가 확 트여 멋진 전망대의 역활도 하고 있다.
운민
장대는 군사 지휘소로 장수가 올라서서 명령, 지휘를 하는 역할을 수행하던 곳이다. 대표적으로 남한산성에는 수어장대가 남아있고, 수원화성에는 동장대와 여기 서장대가 있다. 팔달산의 가장 높은 위치에서 성곽 전체를 굽이 보고 있다.
당당한 위엄을 풍기는 2층 누각의 서장대는 유난히 수난을 많이 겪었다. 20대 청년이 술을 마시고 서장대 안에서 자다가 술김에 추워서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서 불을 질러 태워먹었던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바람에 정조가 친히 쓴 글씨였던 서장대 현판까지 전부 다 불타버렸다.
항상 문화재를 바라보고 있자면 과연 보존이 우선인가 많은 사람이 찾게끔 활용을 폭넓게 가져가야 할까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문화재의 활용 폭을 넓어 찾는 시민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최고의 시나리오겠지만 그러려면 문화재를 아끼는 시민의식이 더욱 높아져야만 한다.
한편으로 건물은 사람들의 온기가 있어야 제 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 서울의 고궁들도 대부분 내부 입장이 불가하고 겉에서 전체적인 모습을 바라봐야만 했기 때문에 그 점이 무척 아쉬웠다. 최근에 경복궁 집옥재의 도서관 활용과 경희루 내부 입장, 창덕궁 궐내각사의 전시관 활용 등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문화재를 아끼는 시민의식이 좀 더 높아졌음 하는 바람이다.
서장대에서 팔달산을 조금씩 내려간다. 산을 따라 끊임없이 성곽길이 이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미처 글에서 전부 다루지는 못하지만 화성 성곽길 곳곳에 있는 포루와 암문 그리고 돈대 등 각종 군사시설을 살펴보는 것도 성곽길 순례의 또 다른 재미다. 다양한 형태의 성곽 시설물을 한꺼번에 종합 선물세트로 볼 수 있는 곳은 여기 수원화성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