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여진 종이를 제거한 뒤 음반 모습
이준희
음반 녹음 내용을 알려 주는 표기가 나타나기를 기대했건만, 제거 작업이 진행될수록 또다시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기대와 달리 딱지에 적힌 내용은 양쪽 모두 원래 'K No.3 B' 그대로 <여명의 노래>였던 것이다. 녹음된 소리와 딱지 표기가 서로 아무 관련이 없었던 셈이다. 하얀 종이가 덧붙여진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당초 음반을 받아들고 번호만 먼저 확인했을 땐 내심 이렇게 추정을 했다. <여명의 노래>를 작곡한 이건우가 1950년에 월북, 이후 북한에서 많은 활약을 했기에, 그 이름을 지우기 위해 종이를 붙여 가렸을 것이라고(<해방기념가>는 남쪽에서 활동한 이흥렬이 작곡). 나름 그럴듯한 추정이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소리도 들어 봤고 딱지 표기도 확인했으나, 음반의 정체는 더욱 알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녹음 내용을 듣고 단서를 잡아 보려고도 했지만, 정말 처음 들어 보는 멜로디인 데다가, 열악한 음질이다 보니 아무리 들어도 가사는 단 한 마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추적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상당히 막막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접는 것도 안 될 일이라, 고려레코드 관련 자료를 하나씩 다시 점검해 보았다. 그리고 눈에 띄는 광고를 곧 찾아낼 수 있었다.
인용한 잡지에서 원본 출처를 밝히지 않아 정확한 게재 시점은 알 수 없으나, 1948년 봄 무렵으로 추정되는 신문(또는 잡지) 광고다. <가거라 삼팔선>, <흘러온 남매> 등 대중가요 히트곡과 함께 광고에서 고려레코드 '기발매'로 소개한 제목들이 눈길을 끌었다. <민족청년단가>, <대한독청단가>, <대동청년단가> 같은 곡들 중에서 음반에 담긴 노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왠지 모를 느낌이었다.
실마리를 제대로 잡아서 그랬는지, 검색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우선 1946년 12월 일간지 기사에서 조선민족청년단 단가의 한 구절을 확인했다. 그냥 녹음만 들어서는 그렇게 알아들을 수 없었던 가사가 기사와 대조해 들으니 바로 파악이 되었다. 문제의 음반에 수록된 두 곡 중 하나는 1948년 봄 추정 광고에서 <민족청년단가>로 소개한 조선민족청년단 단가였던 것이다.
'족청'의 노래 두 곡을 담은 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