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지난해 평가한 ESG 우수기업 목록. 그중에서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ESG 통합 등급 A+으로 지난해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하지만 포스코가 'ESG 우수 기업이 맞냐'는 데도 의견이 분분하다.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월 초 공식 블로그를 통해 "포스코는 연간 80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내 배출량 1위 기업인 데다 2018년 이후 21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기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KCGS는 포스코뿐 아니라 KT&G나 강원랜드 등 담배나 도박 사업을 하고 있는 일명 '죄악주들'도 ESG 통합 A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CGS 관계자는 "강원랜드나 KT&G 등이 가진 비즈니스 모델 자체만으로 ESG 점수를 감점하지는 않는다"며 "또 KCGS는 각 기업의 사업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환경정보공개시스템 등에 공개된 정보를 평가에 반영하는데 두 회사 모두 각 채널에 공개된 정보가 많아 점수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들쑥날쑥한 기준에 개인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누리꾼 luc***는 지난 2월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한 ESG ETF 상품을 가리켜 "KT&G는 홍삼 때문에 투자 대상에 포함된 것이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누리꾼은 또다른 ESG ETF를 가리켜 "이 ETF에는 강원랜드가 없다. 그나마 제대로 된 ESG 펀드 같다"며 안도하기도 했다.
ESG 평가와 투자 천차만별...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라도 나와야
벤치마크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참고용'일 뿐, 대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은 ESG를 평가하는 내부 규정에 따라 ESG 우수 기업을 선정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ESG 펀드 투자처를 정할 때 환경오염 저감 활동 등을 기준으로 E 점수를, 공정거래원칙 준수 등으로 S 점수를, 경영 투명성 요소를 통해 G 점수를 매겼다. 이후 A~E까지 등급을 5개로 구분해 상위 3개에 50% 이상을 투자했다. 반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자체 ESG 평가시스템으로 산출한 가·나·다 3개 등급 중 상위 2개 등급에 80%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평가 과정에서 술, 담배나 도박이 주요 사업 모델인 기업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각 기업에 ESG 등급을 매기는 평가 기관부터 ESG 펀드 상품을 내놓는 자산운용사까지 ESG에 대한 정의와 ESG 우수 기업 선발 기준이 천차만별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ESG 관련 펀드의 투자설명서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소한 개인 투자자에게 스스로가 어떤 원칙에 따라 선발된 ESG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ESG 펀드 투자설명서에 담긴 ESG 평가 기준 관련 내용 분량은 제각각이다. '자체 ESG 평가 방식에 따라 등급이 높은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몇 줄로 설명해둔 투자설명서가 있는가 하면 그래프를 포함해 ESG 평가 기준에만 설명서의 3장 이상을 할애한 자산운용사도 있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SG에 대한 평가 기준이 불분명한 상황에선 '그린 워싱'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유럽 내 ESG 펀드에 대한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유러시프(Eurosif)의 SRI 투명성 코드를 참조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러시프는 SRI 펀드에 대해 정식투자설명서 이외 투자기업에 대한 ESG 평가 방식, 포트폴리오 구성에 ESG 평가 결과가 반영되는 방식, ESG 평가 빈도 및 주요 변경사항, 포트폴리오 사후관리와 통제 등을 추가로 공시하게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하고 있다"며 "2018년 기준 유럽 내 전체 SRI 공모펀드 884개 중 800개가 이 코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ESG 펀드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펀드를 심사할 때도 공식적인 지침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펀드명에 ESG가 붙은 펀드들이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업계에 공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작성 지침을 마련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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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기업 투자한다더니... 산재기업 오명 포스코도 '우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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