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닭장닭장의 한 중앙이 찢겨 있다
정병진
아침에 닭 모이를 주러 닭장에 갔다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닭장 한가운데가 푹 찢겨 있음을 발견한 겁니다. 마치 두꺼운 쇠몽둥이 같은 것으로 위에서 아래로 세게 내려친 것처럼 찢긴 상태입니다. 사람 주먹 하나가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큰 구멍입니다. 천만다행으로 키우던 닭 네 마리는 안전하였습니다.
닭들과 말이 통하지 않으니 대체 어느 녀석 짓인지 물어볼 수도 없습니다. 닭장에 CCTV도 없으니 밤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볼 방법도 없어 답답합니다. 작년 2월 병아리 몇 마리를 기르기 시작할 때 몇 차례 쓰린 경험을 하였습니다. 한파가 닥쳐 병아리들이 얼어 죽을까 봐 종이 상자에 담아 한동안 거실에서 기르다가 어느 정도 햇볕이 따스해지자 닭장으로 옮겼습니다.
닭들은 몸에 털이 있어서 어지간해선 얼어 죽지 않는다는 주변 사람들 말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사나흘 정도 잘 지내는가 싶더니 한밤중 또 한파가 닥치자 아침에 한 마리 빼고는 다 얼어 죽고 말았습니다. 용케 살아남은 병아리도 두어 주 후에 비실비실하더니 끝내 친구들 따라가고 말더군요.
별수 없이 시장에 가서 어느 정도 큰 청계 중닭 두 마리를 넣고 길렀습니다. 그 두 마리를 기르다가 삼월이 되자 병아리 세 마리 정도를 더 넣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 청계 한 마리는 끔찍하게 찢겨 몸통 일부만 남은 상태로 죽은 채로 출입문 쪽에서 발견됐습니다. 철물점에서 닭장용 철망을 사다 닭장을 둘러 만든 게 잘못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