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 당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와 함께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고 여기 저기서 문제 제기가 어어지고 있다. 혹자는 왜 인자서 시비냐고 한다. 어처구니없다. 그럼 언제 말하란 것인가. 또 언제 그런 기회가 주기나 했던가. 한번이라도 반대 목소리를 경청해 보기라도 했던가. 반대 의견은 그들이 목전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걸림돌일 뿐이었고 들을 자세도 되어 있지 않았다. 부산지역 구석구석에 안 걸린 데 없이 내걸린 신공항 조기 건설 촉구 홍보물은 신공항 말고는 다른 것은 필요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강제했다.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각성이 일기 시작한 것은 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의 검증 결과 발표가 있던 2020년 11월 17일 이후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민주당이 특별법 발의를 들고 나왔고 대표발의자가 지금의 환경부 장관인 한정애 국회의원이었다. 당시 한 의원은 환경부장관 후보 하마평에 오르고 실제 인사청문회를 통해서도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보는 개인과 환경부 장관은 법적 절차와 원칙에 따라 일하면 된다며 필요성을 역설하는 모순적 발언을 했다. 당시 내걸었던 특별법 내용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및 환경영향평가 간소화였다.
이후 가덕도에는 주민들의 반대 주장이 곳곳에 내걸리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지난 2월26일 국회 표결을 통해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로 무난히 통과되었다. 선거를 목전에 둔 여야 거대정당의 야합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앞서 해당 상임위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서울시장 출마 입장을 밝혔던 민주당 김진애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만이 반대했을 뿐이다.
회의 끝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말했다. 예컨대 "네 번 국회의원을 하면서 낯부끄러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많이 봤고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는 것도 봤지만 이번처럼 기막힌 법은 처음 본다"면서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이 손해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재정 핑계로 이리저리 회피하면서 10조원이 넘는 대형국책사업을 예타도 면제하고 각종 특혜를 몰아서, 그것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는 걸 어느 국민이 이해하겠나"라고 했다.
아연한 사실은 국회 표결 하루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를 전격 방문했던 것이다. 공약사항이라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공약만큼은 지키고 싶어했나 보다. 반면 도시공원일몰이나 4대강 복원에는 유달리 인색했던 대통령의 태도가 대비된다. 노골적 정치적 행보라고 퍼붓는 비난이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행보에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호불호가 분명했다.
실망스럽고 개탄스러운 일이었다. 우려스러운 일은 특별법 통과 후 나타난 지역 언론의 태도다. 그동안 다양한 각도로 가덕도 신공항의 당위성을 조명했던 지역 언론들은 굳히기 보도를 통해 외부에서 제기되는 문제 차단에 주력하는 모양세를 보이고 있다. 비판에 직면한 부산시가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논리방어전'과 동일하다. 이름하여 '가덕신공항 기술위원회'의 출범이다. 쏟아지는 비판의 근원이 어디 있는가를 헤아리지 않고 가덕 죽이길 작정했기 때문이다.
왜 가덕도를 문제 삼는가
가덕도를 신공항으로 점 찍어 놓고 추진했던 추진집단과 그에 동조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은 수도권 일극주의 극복과 국토균향발전, 남부권 관문공항, 심지어 유사시를 위해 가덕신공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토의 균형 발전과 일극주의는 경계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덕도가 신공항으로 고착화된다면 우리는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미래 또한 감수해야 한다. 신공항이란 불확실한 미래와 사라지는 가덕도 그 자체다.
결론적으로 3.5km 활주로가 새바지와 대항을 가로질러 놓이게 되는 순간 가덕의 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목을 치는 것이다. 실제 활주로가 들어설 곳의 예전 지명이 '한목'이었다. 연대봉과 국수봉 사이 잘록한 부분에 사람들이 터잡고 살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 시대부터이니 한참 오래된 마을이다. 거주 인구는 400명이 채 안 된다.
가덕신공항은 그들을 몰아낼 것이다. 조상대대 고기잡고 물질하며 살던 사람들을 돈 몇 푼 쥐어주고 쫓아내는 것이다. 대관절 무슨 권리로 그리할 수 있는가. 보이지도 않는 불확실한 미래의 이익을 위해 공범이 되기를 마다 하지 않는다. 이 절멸적이고 야만적 폭력을 특별법이 합법적으로 가능케 한 것이다. 주민이 복리와 안녕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구의원, 구청장, 시장, 국회의원이 한통속이 되어 달려들었다. 그것만이 선이었다. 수십조 원의 토건 프로젝트가 일어나면 뭐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그에 동조했다. 물론 반대했던 시민도 많다.
그렇다. 4백 명도 채 안되는 주민의 존재는, 부산 전체 인구에 비하면 손톱 밑에 때보다 못한, 그래서 마치 열심히 먹이 찾아 기어가는 개미 한 마리 손끝으로 문질러 흔적 없이 문질러 죽이는 형국이다. 이같은 태도는 김해 돗대산 민항기 사고로 졸지에 이승을 떠난 120여명 이상 승객의 운명과 다를 바 없다. 더 이상의 희생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안전한 공항을 부르짓는 자들이 내건 명분 중에 하나다.
사라지는 것이 마을과 사람뿐인가. 가덕의 최남단 연대봉 자락과 대항, 새바지, 외항포 일원 국수봉과 남산봉 자락 숲과 바다는 부산 마지막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수려한 경관과 고립된 도서 지역의 특별한 생태적 자산은 아직도 미답이 많다. 다시 말해 제대로 조사된 바가 없어 어떤 동식물이 살고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일대는 군작전 지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곳이다. 그럼에도 확인된 멸종위기 야생동물은 Ⅰ~Ⅱ급인 매, 수달, 삵, 구렁이, 솔개 등이 서식하고 있다. 흉고 4~5m 급 곰솔이며, 팽나무, 느티나무 노거수가 산재해 있고 동백군락지는 우거져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가덕 대항과 새바지는 가덕의 남과 북을 잇는 생태 통로
신공항 건설 예정지인 가덕 동안은 낙동강 하구역과 연결되는 1등급 철새서식지다. 일본을 통해 이동하는 조류의 길목에 위치하기 때문에 이동중 중간 기착지로 기능한다. 생물서식지로서의 기능은 1등급이다. 비오톱 보전가치 평가에서도 절대적 보전과 제한적 범위 내에서 활용이 가능한 1~2등급 비오톱지역이다.
이들 자료는 부산시 홈페이지에 있는 실려 있다. 데이터 출처는 부산연구원이다. 관련하여 부산시는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수단로서 토지이용과 생태적인 기능 및 경관보존 기능을 최적화하여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도시생태현황도(비오톱지도)를 제작하였으며, 낙동강 하구 및 가덕도는 보존가치가 매우 높아 절대적으로 보호할 계획을 세웠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10년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