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 딸에게 보낸 가사. 가족들은 이것이 자신이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사인이었다며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기도 했다.
변상철
이런 일은 비단 김동수씨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날 세월호에 탑승했던 화물기사를 비롯한 생존자들은 모두 비슷한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세월호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제주에 사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는 모두 24명. 이들은 사고 발생 후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아직까지 정상적인 삶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사고 수습에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정부가 이들의 회복을 위한 책임 역시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들의 외상후스트레스가 장기간, 아니 어쩌면 회복되지 못할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데도 세월호 참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며 졸속으로 배상금을 지급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5년 1월 28일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일명 세월호피해지원법)이 제정돼 같은 해 3월 29일 시행됐다. 그러나 동법 제10조(배상금 등의 지급신청) 2항은 "제1항에 따른 배상금, 위로지원금 및 보상금의 지급 신청은 이 법 시행 후 6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은 이 법에 따라 6개월 내에 배상금 지급신청서에 서명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이들은 배상금 지급신청을 위해 정신과 전문의에게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았다. 당시 정신과 전문의들은 "재난 후 발생한 트라우마는 최소 2년이 경과한 후에 평가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동수씨를 비롯한 생존자들은 이러한 전문의의 소견을 정부 측에 알리며 신중하게 지급 신청을 받을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법에 예외를 둘 수 없다며 그 기간 내에 신청하지 않으면 배상금 지급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지급 신청을 했다. 이들이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받은 후유장해진단서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단 두부(頭部), 뇌, 척수의 장해 평가는 피평가자의 증상이 더 이상 호전되지 않고 고정되었다고 판단하는 시점, 즉, 외상 후 최소 2년 이상이 경과한 후 판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현 시점은 외상 후 1년 4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적절하지 못함.
정부는 4~5년간 소득의 30% 정도 보전받는 것으로 세월호 참사 생존자의 피해 금액을 결정했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던 피해자들은 그 결정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아래 조항에 따라 추가 배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심의위원회의 배상금, 위로지원금 및 보상금 지급결정에 대하여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국가와 신청인 사이에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 세월호피해자지원법 제16조(지급결정 동의의 효력)
정부의 이런 조치는 적절한 것인가. 김동수씨 가족에 따르면 2019년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실시한 김동수씨의 노동능력상실률 검사에서 약 40% 이상의 상실률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노동능력상실률은 신체 기능의 영구적 장해 내지 훼손 상태를 말한다. 즉, 피해자가 다쳐 치료를 받은 결과 신체에 정신적 또는 육체적 훼손 상태가 영구적으로 잔존하게 되어 생긴 노동 능력 감소를 말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7년이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이들의 노동 능력은 정상범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가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정신적·육체적 후유증에 대한 산정과 책임은 회피한 채 오로지 국가의 책임을 다시 묻지 않는 것을 규정한 지원법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서명을 강요한 것이다. 장해 후유증으로 김동수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에 대해 국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 사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은 13일 2015년 배상 결정 동의의 효력이 피해자들의 장해에 대한 불완전한 평가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을 책임진 원곡법률사무소의 최정규 변호사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가 최소한의 장해 평가를 위해 소요되는 2년이라는 시간을 무시했다"라며 "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계속 피해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제 정부가 화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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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7년, 또 응급실 실려간 생존자... 그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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