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황사가 덮친 지난 3월 29일 부산 부산진구 동천 주변에 벚꽃이 만개했지만 미세먼지 영향으로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서울과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온실가스 배출의 증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개발 사업'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1t 생산에 0.913t의 온실가스가, 철 1t 생산에 2.89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아무리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고, 전기차를 많이 보급하더라도 개발 사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탄소중립 사회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있는 것을 갈아엎고, 새로 만드는 것. 우리는 그것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길이라는 굳건한 믿음으로 지금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는 그 방법이 낳은 부작용들을 너무 잘 아는 우리가 아닌가? 무턱대고 갈아엎을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한 생태적 영향을 상쇄할 만큼의 실질적 대안이 절실하다.
대안이 없다면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생존 논리에 따라 눈앞에 돈이 흐르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제에서 벗어난 선례를 한 번쯤 만들어야 한다. 이로 인해 결국은 더 큰 돈이 낭비된다는 것을 4대강 사업을 통해 배우지 않았나. 대안이 충분하고 타당한 개발이라면, 친환경 자재의 비율을 높이는 등 모든 선택을 탄소중립이라는 잣대에 대어보는 일이 필수적이다.
일주일 전, 집 둘레 산들이 시야에서 한 번에 사라졌다. 부산은 전국이 미세먼지 나쁨 상태일 때에도 대체로 하늘이 맑았는데, 이날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황사가 손에 손을 잡고 왔다. 재채기와 눈 시림으로 종일 괴로웠다. 문을 닫고 있어봤자, 이건 공기라 어디든 흘러들어온다. 이럴 때면 새삼스레 실감한다. 이 지구 안에서 기후재난으로부터 달아날 곳은 없다는 것. 공기로 답답한 가슴이 두 배로 갑갑해진다.
후보들이 주요 공약으로 내건 주거와 일자리 문제는 나에게도 중요한 현안이다. 전세대란 속에 전세를 구하느라 애를 먹고, 이후에는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몰라 늘 불안정하고, 유지 가능한 일자리를 얻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살기 위해 그보다 더 기본적인 조건이 있다. 병들지 않고 호흡할 권리, 암담함보다 체계적 재난 대비 속에서 생활할 권리.
한국의 중심도시를 이끌어가겠다는 후보라면 면밀하게 계획하고 많은 사람에게 전달했어야 한다. 상상력 부족 문제가 아니다. 삶에서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탐색하고 사회가 욕망을 충족하는 방식을 바꿔나가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새로 선출된 시장님께 간곡한 바람을 전하고 싶다. 더 큰 환경 재난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토론회의 카운트다운보다 더 촉박하고, '탈탄소사회'라는 제목은 충분히 많이 읽었다. 이제 제목에 걸맞은 내용이 충실히 채워진 책을 한 장 한 장 같이 넘겨가는 기분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는 정말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위험성을 감당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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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안에서 난 한참 정지 상태였다...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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