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꽃따가지 온 진달래 꽃은 수술을 제거하고 꽃잎만 다듬어 놓는다
이숙자
월요일, 시니어 클럽을 다녀오면서 집으로 가지 않고 가방을 들고 외출복을 입은채 월명산을 올랐다. '꽃은 괜찮겠지' 라는 마음으로 발걸음이 바삐 움직인다. 다행히 꽃은 완전히 시들지 않았지만 지난 금요일 보았던 꽃만큼 싱싱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지 않고 나무에 달려 있어 기뻤다. 꽃잎이 진하고 예쁜 것만 골라 땄다. 2~3일 정도 지났는데 꽃은 벌써 시든 모습이다.
사람 사는 일도 한순간 마음을 놓으면 때를 놓치고 낭패를 보기 쉽다. 수많은 날 세월은 가고 계절은 바뀌어 봄은 다시 찾아온다. 겨울이 지나면 봄은 찾아와 축제를 하듯 많은 꽃을 피워 낸다. 삶에 지치고 우울했던 사람들에게 생명의 존귀함과 살아 있음은 축복이다. 누구는 말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예전 젊은이들이 사월에 숨져간 슬픔을 이야기하는 듯해 마음이 아려온다.
진달래를 따다가 화전을 부쳐 한 잔의 차를 마실 때가 내 삶의 기쁨이고 계절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환희다. 잠자고 있던 대지도 깨어나고 모든 생물은 새로운 생명이 깨어난다. 갖가지 꽃들이 피어 봄은 마치 천연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아름답다.
삶이란 순간이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다 자기만의 정해진 때가 있다. 그때를 놓치면 자기의 몫은 소멸하고 만다. 봄이 오면 나는 가슴부터 두근거린다. 봄에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자칫 마음을 놓으면 날아가 버리는 일들, 긴장을 하고 시간을 붙잡는다. 화전을 부치는 일도 그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