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7일 밤 당사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짐작은 했지만 미처 예상하지는 못했다. 짐작한 것은 여당의 패배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엄청난 표 차이다. 대중 여론의 흐름이 이미 정권 심판으로 넘어갔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여당은 사실상 고정 지지표조차 지켜내지 못했다. 반(反)정부 표심은 강한 투표 동기로 무장하고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달려간 반면, 민주당을 소극적으로 지지하던 이들은 투표를 포기하거나 반대투표로 넘어갔다. 민주당은 회초리가 아니라 몽둥이로 난타당한 모양새다.
어차피 결과는 나왔고,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복기해 대책을 모색하는 일이다. 그러나 선거만큼 결과 의존적인 해석이 난무하는 대상도 없다. 이기면 모든 것이 승리요인이고, 패배하면 모든 것이 패배의 원인이 된다. 이제 한동안 민주당에 대한 온갖 비판이 넘쳐나겠지만, 무엇을 패배의 요인으로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할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여전히 텅 비어 있는 촛불 정신
민주당의 패배와 국민의힘의 부활을 추동하는 자잘한 이슈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와중에 터진 LH 사태는 보궐선거의 성격과 판도를 바꾼 결정적 계기였다. 그러나 이런 흐름의 근원에는 촛불정권을 자임했지만 촛불의 정신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빈 구호로만 남겨둔 민주당의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21대 총선으로 거대 정당이 된 민주당 정책 추진의 난맥상을 보노라면 큰 그림을 놓치고 지엽적인 이슈에 빨려 들어가는 패턴이 반복됐다. 민주당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의 계기가 된 부동산 문제도 그렇다. 수십 가지의 대책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이 정책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단순히 현재의 수도권 집값 폭등과 투기 수요를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에 머물려는 것인지, 아예 부동산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까지 나아가려는 것인지조차 모호한 가운데, 정책 추진의 의지와 진정성조차 의심되는 돌발 이슈가 반복해서 터졌다.
집으로 돈 벌지 않은 시대를 만들겠다며 다주택을 처분하라는 지시에 보기 좋게 사표를 던지는 고위 공직자나 집값을 잡을 정책이라며 열변을 토하면서 "어차피 집값은 안 잡힐 것"이라고 마음속 이야기를 들켜버린 의원, 잘못된 관행을 바꾼다면서 자신의 사례에서는 관행을 변명하는 모습에서 일말의 의지와 진정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단순히 정책실패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실패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언행과 상호 모순적인 정책을 국민이 지지하긴 어려운 일이다. 정부의 약속을 신뢰했던 이들일수록 배신감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