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
pixabay
브로콜리 밑동으로 간장 장아찌 담그기, 남는 식빵 갈아 빵가루 만들기,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로 바나나빵 굽기, 유통기한 얼마 안 남은 우유에 브로콜리나 버섯 넣어 크림스프 끓이기, 너무 익어버린 아보카도로 과카몰레 만들기, 물러진 과일 얼려 우유와 갈아 스무디 만들기, 감자에 싹 나기 시작하면 감자 샐러드 만들기.
멀쩡했던 식재료가 무참히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일이 없도록 나름 부지런 떤다고 하는데도 '아차' 하는 사이 쓰레기가 발생하곤 한다. 냉장고 구석에서 오래 간택 받지 못한 식재료가 상한 후에야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너무 많이 만들어 결국 버리는 음식이 생기기도 한다. 환경 파괴 공범이 되었다는 죄책감에 버리는 손길이 무겁다.
음식물 쓰레기,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이런 것들에 관심이 높아진 건 작년 여름 방영된 tvN 프로그램 <식벤져스>를 시청하면서부터였다. 버려지는 식재료를 활용해 최고의 셰프들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제로식당('쓰레기 제로'라는 뜻)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된 음식물 쓰레기(먹을 수 있는데도 버려지니 사실 '쓰레기'가 아니다)의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작게 개량된 꼬꼬마 양배추는 알맹이를 제외한 겉잎이 버려지는데 그 양이 연간 500톤이며, 중량 미달로 버려지는 꼬꼬마 양배추도 100톤에 달했다. 또한, 브로콜리의 잎과 뿌리는 먹을 수 있음에도 모두 버려지는데, 한해 버려지는 브로콜리잎만 2만 톤이다. 이런 식으로 버려지는 식재료들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식벤져스> 리뷰를 작성하고 이후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글들을 찾아보면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음을 알게 됐다. 지구 곳곳에는 덜 사고 덜 버리면서 쓰레기로 신음하는 지구를 구하려는 어벤져스들이 있었다.
한해 구매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는 이유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 비 존슨은 5R 방식으로 생활한다. 빨대, 비닐봉투 등 불필요한 물건은 거절하고(Refuse), 꼭 필요한 물건만 포장이 적은 것으로 구입한다(Reduce). 중고상점을 적극 이용하고 일회용품은 씻어 재사용한다(Reuse). 재활용(Recycle)은 물론, 최소한으로 배출한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화한다(Rot). 이렇게 비 존슨의 4인 가족이 1년간 배출하는 쓰레기는 놀랍게도 1리터짜리 유리병에 쏙 들어간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매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포장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용기를 들고 가서 필요한 만큼 생활용품이나 식료품을 무게 달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에도 더 피커, 지구, 알맹상점, 소중한 모든 것 등 제로 웨이스트숍들이 늘고 있다.
클릭 몇 번으로 앉은 자리에서 쇼핑이 가능한 시대에, 1년간 '새로운 물건 사지 않기'에 도전한 레이첼 싯벳의 이야기도 알게 됐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사는 레이첼은 작년 한해 동안 식료품, 가스, 약 외의 모든 것을 중고품 구입이나 물물교환을 통해 얻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사이트 '
My Nothing New Year'에 총 151개의 물건들을 언제 어떻게 얻었는지, 비용은 얼마가 들었는지, 상태는 어땠는지 그림과 함께 상세히 기록했다. '물건: 자전거 자물쇠 / 어디서: 번즈(중고거래 사이트) / 비용: 검은색 반바지 / 원래 가격: 10불 / 상태: 괜찮음' 이런 식이다.
자신이 어떤 회사를 지원하고 있는 건지 의식하며 소비하길 원했고, 다른 사람들이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재사용함으로써 쓰레기를 줄이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주 흥미로웠다며 올해에도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