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루와 백학봉거센 바람 때문에 쌍계루와 백학봉의 모습이 연못에 짙게 그려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
서형우
목은은 '시냇물이 합류하는 지점에 누각이 있어 왼쪽 물에 걸터앉아 오른쪽 물을 굽어보니 누각의 그림자와 물빛이 위아래로 서로 비치어 참으로 좋은 경치다'라며 쌍계루의 풍광을 찬탄했다. 포은 정몽주도 '쌍계루에 부쳐'란 시에서 '노을빛 아득하니 저무는 산이 붉고, 달빛이 흘러 돌아, 가을 물이 맑구나'라며 가을철 애기단풍으로 유명한 백양사의 모습을 그려냈다.
운문암 계곡과 천진암 계곡의 물이 만나는 곳에 세워진 쌍계루는 고려시대 1350년에 각진국사가 세웠으나 1370년의 큰 비로 무너져 1377년 청수스님이 다시 세웠다. 그 후 많은 문인들이 이곳을 찾아와 쌍계루와 백학봉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사천왕문을 나와 조금 앞으로 걸어가면 쌍계루와 백학봉이 거울처럼 비치는 모습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징검다리가 나온다. 징검다리의 가운데 부분은 그 광경을 찍을 수 있는 최적의 포토존이다. 전국의 사진가들이 물가에 투영된 쌍계루의 모습을 담기 위해 자세를 고쳐잡는 곳이다.
약사암에 오르는 길은 그 자체가 약사여래다
백양사의 아름다운 정취를 한 눈에 내려다 보려면 약사암에 가야 한다. 약사암은 질병과 번뇌를 없애주는 약사여래가 봉안된 암자다. 쌍계루에서 1km, 약사암 입구에서 400m 정도로, 가벼운 산행을 하기 좋다.
약사암으로 가는 길은 약사여래를 만나러 가는 길 답게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울울창창한 비자나무 숲이다. 백양사 템플스테이 관계자에 따르면 내장산국립공원은 비자나무의 북방한계지라고 한다.
특히 백양사지구의 비자나무숲은 천연기념물 제 153호로 지정되어 있다. 항암, 향균, 스트레스 감소, 우울증 개선 효과가 있는 피톤치드 물질을 함유한 비자나무 숲은 그 자체가 거대한 약사여래다. 귀를 즐겁게 하는 새소리는 좔좔 흘러내리는 계곡 소리와 조화를 이루어 몸과 마음을 더욱 산뜻하게 한다.
얼마쯤 걸었을까. '생각하며 걷는 오르막 길'이라는 표지판이 등산객을 반긴다. 표지판에 따르면, 약사암까지는 400계단, 백학봉까지는 1670계단을 올라야 한다. 비록 400계단에 불과하지만, 경사는 보통 가파른 게 아니다. 10분에서 20분 정도 걷다 보면 웬만한 장정들도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