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신신예식장> 표지이미지
박정우
- 이 책을 쓰기 위해 2년간 서울과 마산을 오갔다고 했다. 책이 나오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말 힘들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이었는데, 우선 코로나로 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코로나가 노인들에게 치명적인 만큼, 혹시나 내가 옮기면 어쩌나 하는 무서움도 컸고, 동시에 내가 노인 세대에 대한 이해가 진짜 부족하다는 것도 절실히 깨달았다.
서울에서 마산까지 KTX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처음엔 새벽에 출발해 마지막 기차를 예매하면 그래도 대략 4시간은 인터뷰하고, 4시간은 촬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체력의 문제가 있는 거다. 두 분 다 의욕은 넘치지만 2시간 정도 얘기하면 지치신다. 뭘 더 할 수가 없는 거다. 그리고 얼마 전의 일인 것처럼 말씀하지만 이게 사실은 10년 전, 30년 전의 사건인 것도 많았기 때문에 수정도 여러 번 해야 했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도 반복해야 했다.
물리적인 거리도, 정서적인 거리도 너무 멀었다. 물리적인 거리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작업이 진행될수록 정서적인 거리는 많이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괴롭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할까."
- 두 부부의 삶을 정리하면서 느낀 점이 있을까?
"삶과 죽음, 일과 사랑 같은 것에 관해 많이 생각했다. '어떻게 늙어야 할 것인가?', '그토록 오랜 세월을 한 사람과 살면서 여전히 서로 배려하고 아끼면서 살아가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어떤 삶을 살면 백낙삼 사장처럼 '한평생을 즐겁게 살았으니, 나의 죽음을 웃으며 경사스럽게 맞이하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을 50년 넘게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고작 17년 했는데도 이렇게 지겨운데!(웃음)
마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 위에서 종종 이런 생각들이 두서없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사실 삶, 죽음, 일, 사랑은 우리 삶의 거의 전부나 마찬가지 아닌가. 개인적인 고민도 고민이지만 이런 내용을 책에 잘 담아내고 싶은데 나의 능력이 모자란 것 같아서 그것도 괴로웠고. 어쨌든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 판단은 독자들이 해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