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이주여성노동자 누온 속헹씨가 경기도 포천 비닐하우스 기숙사안에 설치된 조립식패널 숙소에서 사망한 지 50여 일이 지난 지난 2월 9일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사건 대책위가 청와대앞에서 임시가건물 숙소 금지, 사업주 월세장사를 위한 '숙식비 징수지침' 폐지,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이주노동자 기숙사 전체 실태 조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권우성
열악한 주거 환경과 생명을 위협하는 노동 현장에서 보호소 아니 교도소로 온 사람들. 홍세화는 말한다.
"지금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있는 사람들은 두 가지의 신분을 가지고 있어요. 이주노동자이면서 동시에 '불법체류자'라고 규정되어 구금된 재소자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로 갇혀 있고 얼마나 갇혀 있나. 저는 보호소에 구금된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971년 미셸 푸코가 프랑스에서 결성했던 '감옥정보그룹' 선언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홍세화가 설명한 '감옥정보그룹 선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감옥이 무엇인지, 누가 거기에 가고 어떻게 왜 거기에 가는지,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죄수들과 그 감시원들의 생활은 어떤 것인지, 감옥의 건물, 음식, 위생 상태는 어떠한지, 내부 규칙과 의학적 통제와 작업장은 어떠한지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 그리고 거기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는지, 또 우리 사회에서 출소자들의 지위는 어떠한 것인지를 알리고 싶다. - 디디에 에리봉 <미셸 푸코 1926~1984>. 박정수 지음 <'장판'에서 푸코 읽기>에서 재인용 (홍세화 칼럼. 2021.01.14.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감옥정보그룹(GIP)은 1971년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감옥의 열악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창설했다. 투옥된 수감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보를 수집했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 자크 동즐로 등도 합류해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감옥정보그룹은 시민 모임 마중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와 함께하는 마중은 아시아의 친구들, 수원 이주민 센터, 개인 참여자들이다. 이들은 단지 체류자격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법원의 영장도 없이, 기간의 제한도 없이 장기간 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있는 이들을 찾아가서 그들의 어려움을 돕고 있다. 면회할 때, 생필품과 국제전화카드, 내복, 코란, 한국어 사전, 의약품을 넣어준다. 외부 병원 진료가 필요한 외국인에게 의료비를 소액 지원한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 때문에 면회가 중지돼서 전화와 우편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것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전화할 수 없어요. 구금된 외국인들이 보호소 측에 허락을 받고 우리에게 전화해야 합니다. 개인 휴대 전화를 빼앗겼기 때문에 전화도 쉽지 않습니다."
구금된 외국인들은 전화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 마중 활동가들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어렵다. 국제전화카드를 사용하지만 애초에 사용하는 핸드폰을 왜 뺏는 걸까? 핸드폰만 있다면 화상통화로 외국의 가족들을 볼 수 있을 텐데. 만약 내가 외국의 보호소에 갇혔다면 나는 어땠을까?
소통이 어려운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언어의 문제도 있다. 구금된 이들은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모로코, 중국, 몽골, 시리아, 베트남… 다양한 국적으로 언어의 장벽이 따른다. 마중활동가들도 모든 언어를 알지 못해서 손, 발, 그림, 몸짓을 활용해서 소통한다(외국어를 하는 많은 시민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구금 초기에 자기가 왜 갇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어떻게 해야 나갈 수 있는지도 모르죠. 소통이 전혀 안 되니까요."
그들이 알 수 있는 건 외국인 보호소에 쓰여 있는 이름이다. 'detention center' 한국말로 구치소다. 외국인 보호소의 실체는 영어로 드러났다. 외국인 구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