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홍매화
임영열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꽃 피고
(중략)
안도현(1961~)의 시 <3월에서 4월 사이> 중에서. 시집 <그리운 여우>(창작과 비평사. 1997)
식물들의 경이로운 속성 중 하나는 겨울에 죽은 듯이 움츠려 있다가 봄을 맞아 펼치는 놀라운 생명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길고 지루했던 겨울이 가고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春分)을 지나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봄꽃들의 릴레이 경주가 시작됐습니다.
옛사람들은 봄에 꽃이 피어나는 순서를 두고 '춘서(春序)'라 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가끔은 그 순서가 뒤죽박죽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춘서의 뼈대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