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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에 전달된 쌈짓돈 100만원... "이름 밝히지 마세요"

시아버지 장례 조의금 기부한 며느리 "내 자녀도 장애인"

등록 2021.03.26 11:20수정 2021.03.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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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충남 홍성장애인복지관에 전달된 100만원의 후원금.
25일 충남 홍성장애인복지관에 전달된 100만원의 후원금. 이재환
 
장애인의 날을 한 달 앞두고 충남 홍성군의 장애인복지관에 100만 원의 후원금이 전달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오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부자 A씨는 지난 25일 홍성장애인복지관에 100만 원을 기부했다. A씨는 자폐 장애인 자녀로 둔 엄마로, 20여 년 전 복지관 개관 때부터 시설을 이용해 왔다. 

A씨가 기부를 한 사연은 이렇다. 80세가 넘은 A씨의 시어머니는 최근 쌈짓돈 100만 원을 며느리 A씨에게 주었다. A씨는 시어머니가 준 용돈을 좀더 의미 있게 쓰고 싶었다.

A씨는 "여자다 보니 옷도 사고 다른 데 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쓰기 전에 빨리 기부하고 싶었다"며 "다음 달이 장애인의 날이다. 내 자녀와 같은 장애인들을 위해 쓰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렇게 5만 원짜리 지폐 20장이 하얀색 편지 봉투에 담겨 복지관에 전달됐다.

A씨의 시어머니가 준 용돈은 어떤 돈일까? 몇 해 전 A씨의 시아버지 장례식을 치르고 나니 조의금이 소액 남았다. A씨의 시어머니는 자식들에게 그 돈을 주려 했지만 자녀들은 받지 않았고 시어머니도 그 돈을 쓰지 않고 결국 A씨에게 준 것이다. 
  
장미화 홍성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은 "기부자는 본인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음이 너무나 뭉클했다"며 "감동적인 사연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100만 원을 적은 돈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로하신 노인이 준 돈임을 생각하면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라며 "한편으로 돈을 다른 데 쓸 수도 있었는데 기부를 선택한 기부자의 마음도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후원금이 담긴 봉투에는 A씨의 아들 이름이 적혀 있었다.
#홍성장애인복지관 #후원금 전달된 사연 #장애인의 날 #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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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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