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주의 선언>(저자 코린 펠뤼숑, 출판 책공장더불어)
책공장더불어
동물과 인간
속도와 이윤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약한 존재에 대한 착취는 묵인된다. 저자는 데리다의 말을 빌려 우리가 '연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는 성장을 위해,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마음의 안식을 위해 연민과 고통을 통제한다. 사회의 고통이 가중될수록 고통 앞에 눈 감기를 택한다. 그렇게 동물들도 우리처럼 세상을 느끼는 존재라는 걸 잊고 이들의 '당연한' 죽음에 익숙해진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반영한다. 동물학대는 대개의 경우 사람을 향한 폭력의 징후, 특히 가장 약한 사람, 즉 옛날에 노예라 불리던 사람들, 어린이, 여성, 장애인, 수감자를 향한 폭력의 징후이다. 우리가 오늘날 동물에게 자행하는 일을 이해하려면 단지 악을 고발하거나 악의 징후를 관리하는 일에 그쳐서는 안 되며, 근원에 주목해야 한다. 그 근원은 동물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가 다른 사람, 다른 국가와 맺고 있는 관계 또한 포괄한다." p.19
그런 우리는 사회의 가장 약한 존재들을 향한 착취와 폭력에, 차별과 배제에 둔감해지고 적응해간다. 파괴되는 환경과 기후위기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치부하며 당장의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얻을 수 있게 됐다. 타자의 지옥을 외면하며 얻은 평화다.
저자가 여러 페이지를 통해 전달하듯, 모든 존재의 고통은 연결되어 있고 그 고통 위에서 얻을 수 있는 영원한 평화와 행복은 없다. 우리가 침묵한 무분별한 동물착취, 식용으로 발생한 신종바이러스들은 인간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으며 점점 더 빨리, 더 큰 규모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환경파괴에 눈 감은 결과 숨조차 편히 쉬기 어려운 공기와 유례없는 장마를 경험하고 있다. 아프다는 이유로, 죄책감에 하루하루가 무겁다는 이유로 타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한 용기를 오랜 시간 가지고 있을 인내가 필요하다.
동물과 정치
그 용기를 실질적 문제해결로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동물을 위한 정치다. 동물착취 구조는 자연스러움 속에 숨겨져 있다. 동물을 착취하는 건 너무나 그럴듯하고 당연하지만, 그 착취를 끊고 동물을 그 자체로 존중하자는 시각은 저자의 말처럼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노예제도', '아동노동'도 당연하게 행해지던 때가 있지 않던가. 어느 시대에는 당연했던, 인간을 향한 폭력적인 제도가 사라지는 이유는 윤리와 철학의 영역에 끊임없이 정치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제도화된 차별과 폭력의 철폐가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믿음이 오늘날의 정치 의제가 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동물착취의 종말이 보다 정의로운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공동의 믿음이 있다면, 착취가 아닌 동물을 그 자체로 존중하자는 말이 허무맹랑하지 않게 될 거다. 이를 위해선 동물착취 구조의 모순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전달할 것이며, 그 정의로운 사회가 보여줄 또 다른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고민하고 제시하는 '동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전망이 동물착취의 종말이라면, 단기적인 전망은 "빠른 시간 내에 동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수많은 결정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p.89). 이를 위해 저자는 '동물권리 실현을 위한 구체적 제안'을 한다. 당장 합의 가능한 실제적이고 절박한 요구들부터, 인간의 욕구·편의와 직접적으로 얽혀 있는 사육장과 도살장, 음식과 패션 등 산업 일반에서의 변화와 혁신을 제안한다.
정치가 동물착취의 종말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설정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함께하며 힘을 싣겠다고 다짐한다. 내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고통이 된다는 것에 두려움을 갖겠다. 나로 인해 고통받고 파괴되는 수많은 동물과 환경을 똑바로 인식하고, 그 파괴와 고통에 내가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겠다.
우리는 늘 그러했듯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내디딜 것이다. 고기로 태어나 고기로 죽는 이들을 위해, 인간을 대신해 수많은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이들을 위해, 10년 20년 100년 후 세상이 지금보다 아프지 않기 위해 불편과 고통을 마주하길 피하지 않겠다. 가장 연약한 존재들까지 존엄할 수 있는 사회가 모두가 존엄할 수 있는 사회임을 믿는다. 우리에게는 도달해야 할 미래가 있다.
동물주의 선언
코린 펠뤼숑 (지은이), 배지선 (옮긴이),
책공장더불어, 2019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공유하기
생후 6개월 만에 죽임을 당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