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픽사베이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만으로 이루어진 개념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정작 가족정책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가족들을 포용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 주변에 노년의 삶을 함께하는 고령층 커플들은 여러 사정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가족을 이루어 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들 황혼의 동거 가족은 현행법에 근거해 가족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이들은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에서 규정하는 "가족" 정의에 해당되지 않는다.
최근 아동학대 등 이슈로 아동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양육되는 위탁 가족의 경우 가족정책을 통한 상담이나 필요한 가족지원서비스를 제공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 위탁가족은 입양을 하지 않는 한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 정의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의 협소한 가족 정의는 오히려 가족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 사회 다양한 가족들을 정책 대상에서 배제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2005년 "동 법률상의 혼인 및 혈연 중심의 가족‧가정 개념은 국민의 일상생활 속에서 혼인·혈연·입양에 기초하지 않은 가족형태 및 가정형태에 대한 차별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건강가정기본법은 협소한 가족개념에서 그때그때 특정 유형의 가족을 하나씩 덧붙여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이 특정 가족을 유형화한 명칭으로 추가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차별적일 수 있으며, 추가될 때마다 또 다른 가족들은 정책에서 배제되고 소외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건강한 가정과 건강하지 못한 가정, 그리고 차별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은 법률명에서부터 "건강"가정을 표방하고 있다. 법의 목적을 "건강가정 구현"에 기여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령정보를 검색해보면 '건강가정기본법' 외에 "건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기본법"은 '건강검진기본법' 밖에 없다.
건강검진기본법에서의 "건강"은 비유적이거나 해석이 필요한 상징적 형용사 표현이 아닌, 해석상 명확성을 가진 명사로서 말 그대로 당해 기본법의 정책 영역인 "건강검진"을 표기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한국에 존재하는 "기본법"의 명칭을 가지는 법령 중, 법제의 해석에 있어 다의적인 형용사적 표현을 법률명에 포함하고 있는 법령은 200여 개 기본법령 중 건강가정기본법 및 동 시행령, 시행규칙이 유일하다.
건강가정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강가정"이라는 용어의 더 큰 문제는 법 규정의 결과로서 개념상 건강한 가정과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 도출되고, 법에서 지향하는 건강가정의 개념에서 벗어난 가족들에게 차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