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고 백기완 선생님 장례식 영결식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이현서씨(가장 오른쪽)
연정
마지막 직장이다 생각하고 왔는데...
이러한 대량해고를 예상한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은 2019년 12월 30일 무기계약직의 정년을 2019년부터 만 61세로 연장(고령 노동자가 많은 역무직과 주차직은 만 62세)한다는 합의를 했다. 일단 당장 발생할 대량해고를 막고, 추후에 65세로 정년 연장하는 것과 70세까지 촉탁직 근무하는 것을 논의해 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회사는 자신이 한 합의를 바로 다음 날 이행하지 않았다. 그 뒤로 1년여 동안 지난한 사측의 시간 끌기가 이어졌고, 이현서씨는 계절이 5번 바뀐 지금까지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강귀섭 사장이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데 왜 그만두고 나가야 되느냐고 정년연장 합의를 했는데, 그 밑에 있는 사람들하고 철도공사에서 자꾸 압력을 넣고 하니까. 회사 측에서는 처음에 1주일만 기다려라. 1주일만 기다리면 서류 정리해서 복귀하는 걸로 하겠다 했어요. 그 일주일이 한 달, 또 뭐 때문에 한 달, 또 이사회 연다,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그래가지고 또 넘어가요. 결국에는 법적으로 해라. 이렇게 된 겁니다."
회사는 곧 해줄 것처럼 퇴사 처리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끌다가 지난해 8월 일방적으로 퇴직 처리를 하더니 이제 와서 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결과를 가져오라고 했다. 현서씨는 사측의 시간 끌기로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간(3개월)이 경과하여 이마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 직장이다 생각하고 왔는데,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걸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봉급 받으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현서씨 역시 생애 마지막 직장 생활을 잘 마무리 하고 싶었다. 공교롭게도 현서씨는 첫 직장에서도 해고를 당했다고 했다. 젊은 시절 집안 사고뭉치로 지내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출산을 앞둔 아내와 함께 서른 살을 목전에 두고 첫 직장을 찾았다. 1987년 우연히 선배의 소개로 50여 명의 택시 기사가 23대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청주 원일교통이라는 택시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잘 살아보려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객지 생활이기도 해서 부지런히 했고 다른 기사들보다 사납금을 더 납부하기도 했어요.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았죠. 일당제가 아니라 우리도 다른 회사원들처럼 월 봉급도 받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해서 파업을 했어요."
1988년 6월 1일, 청주 택시 사용자와 노동자 대표(어용 조합장) 각 5명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전년도 완전월급제 합의를 뒤엎는 일당제 도입과 징계처분 시 상여금 미지급 등 하향된 임금협상안을 날치기 합의를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청주지역 택시 노동자들은 다음날 바로 날치기 임금협상 합의 무효와 월급제 환원을 통한 생활임금 쟁취 등 전년도 노동조건 환원을 요구하는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원일·영진·신안·삼보·신승·평화·상당·중원 택시 등 청주지역 20개 법인택시 중에 16개 법인 택시회사 1500여 명의 택시 노동자가 이 파업에 참여했고, 6월 7일 청주 도시산업선교회에서 농성을 시작한다. (윤요성, "역사상 최장기 파업을 했던 그곳을 돌아보다 청주지역의 운수노조 파업", '민주주의 역사의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