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는 어디로...? 보이지 않을 뿐, 한 입 먹어보면 콩가루의 존재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건 아니다.
안소민
쑥 된장국 한 그릇 먹으며 상념이 깊었다. 콩가루 집안에 대한 이야기를 엄마와 나누었다. 오랜 콤플렉스와 오해를 불식시켜준 음식이다.
"엄마. 콩가루가 이렇게 맛있는데.. 왜 사람들은 콩가루 집안이라고 콩가루를 업신여겼을까?"
"후후...그러게 말이다."
엄마도 콩가루 집안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워졌을까. 어디 내놓아도 손색 없는 자녀들이 돼주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은 이제 너무 오래된 유행가가 되었다. 돌이켜보건대, 엄마 아빠의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지 못한 날이 더 많았다.
친구 모임에 가서 남들 자식 자랑을 실컷 듣고 온 날에도, 자식들이 돌아가며 당신 속을 썩일 때에도, 남편이 속을 뒤집는 날에도, 바람 잘 날 없는 집안 문제들로 가슴에 휑한 바람이 불어닥쳤을 때에도... 그리고 그냥 외로운 날에도.... 엄만 집에 돌아와 쑥된장국을 끓이셨겠지. 찬 바람 맞으며 향이 더 진해진다는 쑥을 움켜쥐며 쑥물 같은 진한 눈물을 삼켰으리라.
play
▲ 엄마의 쑥콩가루된장국 콩가루와 쑥이 만나 고소함이 더해진 쑥콩가루된장국 ⓒ 안소민
정선환 여사의 레시피 (쑥 100g, 쌀뜨물 1.5리터 기준)
1. 쌀뜨물을 준비한다. 쌀뜨물이 없으면 찹쌀가루를 약간 넣어도 좋다.
2. 해물육수(멸치, 다시마, 바지락, 꽃게 등)를 준비한다.
3. 쑥을 잘 다듬어 살살 씻어서 물기를 뺀다.
4. 쌀뜨물과 해물육수를 섞어서 약 10분간 끓인다. 끓으면 된장을 푼다.
5. 다듬은 쑥에 콩가루를 2스푼 넣고 버무린다.
6. 끓는 된장국에 콩가루와 버무린 쑥을 넣고 한소끔 끓여낸다.
7. 기호에 따라 청·홍 고추를 넣기도 한다.
(쑥향을 내기 위해 다진마늘은 넣지 않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공유하기
된장국엔 이게 있어야... 쑥에 넣은 흰가루의 정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