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 작가로 알려진 현효제 씨는 영국과 미국을 40여회 방문하며, 6.25 참전용사의 사진을 무료로 찍었다
정현환
- 국내와 해외 참전용사를 찍으면서 느낀 점은?
"기쁘다. 일단 이 일이 즐겁다. 시간과 물리적 한계로 조금 있으면 못 만날 수도 있는 참전용사들을 만나서 촬영했다고 생각한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다음 세대에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참전용사와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물로 남기고, 이를 전달할 수 있는 '메신저'라고 스스로 여기면서 늘 촬영에 임한다.
막상 참전용사들은 만나면, 본인들을 스스로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진짜 영웅'은 자신들이 아니라, 6.25 전쟁 당시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전우라고 여긴다. 참전용사들은 그 진짜 영웅들에 비해 자신들을 오히려 '겁쟁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국내외 참전용사를 촬영할 때마다 질문을 받는다. 특히, 해외에서 '얼마냐?'라고 용사들이 매번 물어본다. 외국이 국내보다 다소 비싸게 사진을 촬영하는 풍토가 있기 때문이다. 액자까지 맞춰 직접 건네주니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참전용사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그 비용은 이미 지불하셨습니다'라고. 1950년에서 1953년까지 참전한 이들은 이미 많은 대가와 비용을 치렀다. 과거 참전용사들의 지난 수고와 노고에 비하면, 현재 무료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 참전용사를 어떻게 섭외하고 촬영하나?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한다. 지금은 개인으로 작업하고 있다. 자비를 들여서 참전용사를 무료로 촬영하고 있다. 내 돈 들여서, 내 시간 아껴가며 하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페이스북을 활용한다. 소셜미디어와 지인, 인맥 등을 활용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참전용사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생긴다. 2017년도부터 그 점과 점을 하나하나 연결해 소개에 소개를 받아 지금에 이르렀다.
종종 '사기꾼' 취급을 받기도 했다. 방법을 총동원해 어렵게 연락을 취하면,보이스 피싱으로 간주해, 소통을 피한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는데, 돈 얘기부터 꺼내며, 참전용사를 무료로 촬영하겠다는 시도를 믿어주지 않았다. 이른바 불신. '한 사람당 얼마냐?' '돈도 안 되는데 왜 하냐?' '예산타려고 하는 거냐?'는 오해를 간혹 받았었다.
해외가 아닌, 국군 참전용사 분들에게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 특히 더 보이스 피싱으로 받아들이셨다. 2017년 처음 촬영을 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이런 대우를 받아보신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직접 전시회장으로 모셔서 왜 이 사진을 찍는 건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러 차례 설명한 뒤에 몸소 느끼신 후 뒤늦게 처음 경계했던 태도를 많이 누그러트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