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뉴대성자동차운전전문학원 기능강사들이 '호수자동차운전전문학원'으로 재개원이 임박한 학원 앞에 고용 및 단체협약 승계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이정원(전국자동차운전학원지부 지부장)
"작년 12월 13일 토지주 이아무개는 뉴대성지회 노동조합 사무실 주변에 철조망을 둘러쳤어요. 게다가 사무실 앞 노조 현판을 절취하고 출입문 자물쇠를 임의로 바꿔 달아 저희가 방송용 앰프와 플래카드, 그 외 각종 사무실집기를 반출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았죠."
이정원 지부장과 뉴대성지회 조합원들은 토지주를 건조물 침입 및 노동조합 업무방해, 절도,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일산동부경찰서에 고소고발했다. 이 지부장에 따르면 노조 사무실로 사용하던 컨테이너는 이미 15년 전부터 학원 운영자와 뉴대성지회가 체결한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편의 제공)' 조항에 따라 적법하게 점유 중인 건물이었다. 따라서 이아무개가 단지 토지주라서 노조가 점유한 시설 및 건조물에 대해 함부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음은 명백했다.
사건을 맡은 일산동부경찰서 담당 수사관은 고발인(노동조합)의 신청 내용을 '혐의 불충분'으로 기각했다. "원래 내 소유인 건물에 들어갔으니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토지주 이아무개의 진술을 받아들인 것이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경찰이 토지주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노동자들의 호소를 한 귀로 흘려듣는다는 사실이. '노조할 권리'를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는 둘째 치고, 남의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 잡는 일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경찰의 첫째 임무 아니던가?
'사회공교육기관'이라는 허상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은 자동차운전학원 노동자들의 근무 실태에 가닿았다.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국에는 현재 350여 개의 자동차운전학원이 있고 기능강사, 검정강사, 행정사무 등 관련 종사자는 1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중 약 80%는 촉탁 및 기간제 계약직으로 임시 고용형태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해고된 30명의 뉴대성자동차운전전문학원 기능강사 중 정규직은 20명, 단기계약직(아르바이트)은 10명이라고 했다. 불안정 노동이 만연한 전국 자동차운전학원의 상황에 비하면 조금이나마 나은 여건이라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뉴대성지회 양성식 사무국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말이 좋아 정규직이지 10년, 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만 받는 형편이에요. 매일 잔업과 토요일 특근으로 간신히 입에 풀칠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요새는 자동차운전학원이 워낙 흔해서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교육도 일종의 사교육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도로 주행 기능검정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사항이기에 애초 국가가 직접 관장하는 '직영' 업무였다.
경제성장에 힘입어 1990년대 '마이카' 열풍을 타고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사람이 급증했고, 국가운전면허시험장의 (응시자) 적체 해소를 위해 1995년 운전전문학원제도가 도입되었다. 본래 지방경찰청장이 관장하던 운전기능 검정권을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다. 이때부터 자동차운전전문학원들의 난립과 경쟁은 날로 극심해졌고, '사회공교육기관'은 민간 사업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