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공포증'으로 알려진 '수행 불안 또는 공연 전 불안 증후군(performance anxiety)'은 사람들 앞에서 주목받거나 발표할 때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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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무대 공포증, 발표 불안으로 고생하는 현대인 중 한 명이다. 불안 증후군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생리학적으로 각성이 과도해진다.
풀어 말하면,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머릿속이 하얘지며, 호흡이 짧아지고, 말은 빨라지며, 입이 말라 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된다. 심장 박동은 빠르게 뛰고, 목소리가 양 울음소리처럼 떨린다. 게다가 온몸이 추워져 손도 다리도 바들바들 떨리는데, 심할 경우 눈물까지 고인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일만은 필사적으로 막아야 하지만 그것마저도 종종 실패한다. 나는 어느새 청중 앞에서 사연 많은 여자가 되어 울먹이고 있다.
진짜 문제는 매번 그런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그렇다는 데 있었다. 어떨 때는 무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뭐가 문제인지 한동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려고 계속 무대를 찾아다녔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끊임없이 나를 무대 위에 올려놓으면 어느덧 익숙해지고 그래서 능숙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경험이 많아져도 증세는 달라지지 않았다. 과연 왜 그럴까? 대중 앞에서 말하기의 두려움과 불안감의 실체는 스피치 그 자체가 아니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보고 들으며 평가하게 될 청중의 반응을 두려워할 때 무대 공포가 발생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인정 욕구가 좌절될까봐 미리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그러한 상황을 회피하고자 한다.
또한, 무대 공포증, 발표 불안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완벽주의자라는 데 있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완벽주의와 무대 공포증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평소 자신의 수행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기준이 있다면,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무대 위에서 완벽함을 추구할수록 작은 실수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완벽주의자는 무대에서 떨리는 신체 증상까지 완전히 통제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욱 불안해지고, 떨지 않으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떨린다는 자율신경계의 역설적인 모습에 더 큰 불안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호주 멜버른 대학교 심리학과 M.S Osbome 교수 동료들은 526명의 음악 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음악 교육을 오래 받고 많이 연습한 학생일수록 실력이 향상됐는데, 무대 공포증 역시 실력 향상과 비례하여 증가했다. 음악 교육을 오래 받고 연습을 많이 할수록 실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에서 알게 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