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국토부는 이번 결정이 분양가를 올리는 조치가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를 낮게 유지할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상한선을 주변시세의 75%로 하겠다고 발표하면 된다. 이런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국토부의 의중에 무주택 실수요자보다 건설회사의 이익이 더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건설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시세의 90% 분양가" 결정이 실수요자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위의 기자회견문은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4년 동안 서울아파트 가격을 80% 폭등시켰다. 정권 초기 시세의 180%인 현 시세의 90%까지 고분양을 허용하면, 문재인 정부 이전보다 60% 오른 가격으로 분양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4년 만에 60% 오른 가격으로 분양가가 책정되면, 무주택 가구 중 이 가격에 분양을 받을 여력이 있는 가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민의 절반이 넘는 무주택 가구는 죽을 때까지 무주택으로 살아야 한다.
소위 시장 메커니즘을 지키면서 분양가를 낮출 방법은 있다. 폭등한 집값을 4년 전 가격으로 하락시키면 분양가는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집값을 폭등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분양가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규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정부 규제는 대부분의 경우 부작용을 수반한다. 분양가 규제의 부작용은 건설회사의 신규 공급 지연이다.
그러나 정부가 분양가를 낮게 유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면, 주택 공급이 본업이자 주 수익원인 건설회사들이 주택 공급을 마냥 지연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더욱이 분양가상한제의 취지를 지키더라도 건설회사는 "적정이윤"을 보장받는 것 아닌가.
'공급 확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첫 2년간 서울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3기 신도시"를 발표했다.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여 급등한 서울 집값을 원상회복시키겠다는 목적이었다. 올해 2.4대책은 도심에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다. 이 대책의 목적도 폭등한 서울 집값을 정상 수준으로 하향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폭등한 가격의 90%에서 결정되면, 집값은 폭등한 가격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무주택 가구들이 기대한 것은 단지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정부가 분양가를 낮게 유지하여 집값 하락을 유도할 의지가 있다면, 분양가상한제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특히 감정평가를 통해 택지비를 산정함으로써 폭등한 집값과 그에 따른 토지가격 상승을 분양가에 반영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공급자인 건설회사의 분양 원가는 토지의 감정평가액이 아니라 토지조성 원가 혹은 건설회사의 토지구입가다. 이 토지조성원가를 기준으로 분양 원가를 산정하면, 폭등한 집값과 관계없이 분양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분양가 상한을 주변시세의 75%로 정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도입함으로써 "분양이라도 받아보자"는 무주택 가구의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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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집없는 사람과 청년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기는 집값 폭등을 해결하기 위한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에서 무주택 국민과 함께 집값하락 정책의 시행을 위한 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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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의 90% 분양? 무주택자들 불같이 분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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