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9일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에 LH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유성호
요즈음 신문에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는 'LH 사태'를 통해 밝혀진 부동산 투기 광풍에 비하면 그와 같은 주식시장의 열기는 '새발의 피'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밝혀진 LH 임직원들의 투기 행위는 겨우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음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사회에서 소위 지도층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들과 친분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큰돈을 벌어왔는지 도대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입니다.
증권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소식을 틈틈이 듣지만, 개발 호재를 미리 알아내 일확천금의 이득을 얻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셈이지요. 땅 투기에 그치지 않고 아무 쓸모도 없는 나무들 심어놓아 수십억원의 보상금까지 챙긴다는 데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백만 명이 넘는 무주택 서민들의 눈물을 짜내 자신의 배를 불리는 모리배의 검은 심보에 화를 참을 수 없습니다.
젊은이들이라고 부동산 투기가 정말로 수지맞는 장사라는 사실을 모를 리 있겠습니까? 그러나 매달 받는 월급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보통의 젊은이들에게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운동장이겠지요. 부동산 투기는 정보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재력을 갖춘 기성세대들의 독무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은 부모의 후원 덕분에 어린이 시절부터 부동산 투기대열에 뛰어들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젊은 세대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한 주식시장이나 가상화폐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마련입니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주식이나 가상화폐로 일확천금을 꿈꾼다는 건 건전하지 못하다고 설교해 보았자 꼰대의 잠꼬대 같은 소리로 치부되기 십상일 겁니다. "이 놈의 세상에서 건전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기는 불가능해졌다"는 볼멘 대답이 돌아올 게 너무나도 뻔합니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개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물론 나도 작으나마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한 일이겠지요. 집 없는 서민들과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무력감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낍니다.
LH 사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투기꾼들을 모두 찾아내 벌주겠다고 나섰지만, 과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큰 의문입니다. 그동안 이와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일어났지만 늘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로 끝나곤 했지요. 아무리 수사력을 동원한다 해도 차명으로 꽁꽁 숨어버린 투기꾼을 모조리 색출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게 분명합니다.
물론 투기꾼을 찾아내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투기꾼들은 처벌은커녕 주위의 손가락질조차 받지 않고 너무나도 떳떳하게 배를 불려왔습니다. 그런 부도덕한 행위에 가혹한 사회적 형벌을 부과함으로서 재발을 막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입니다.
본질과 먼 언론 보도... 부동산 투기 공화국 오명 벗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