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간담회 중인 노란리본 극단과 참석자들세월호참사 희생학생 정동수 엄마 김도현씨, 이영만 엄마 이미경씨, 정예진 엄마 박유신씨, 최윤민 엄마 박혜영씨, 곽수인 엄마 김명임씨, 생존학생 장애진 엄마 김순덕씨, 김태현 연출, 변효진 작가가 참여했다.
4.16해외연대
연극 <장기자랑>은 변효진 작가의 순수 창작이지만, <단원고 약전> 책 속의 단원고 아이들과 극단 어머니들과 대화 속에서 캐릭터들이 발견되고 재창조되었다. 모델이 꿈이었던 순범이,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던 예진이, 로봇공학자가 꿈이었던 동수… 연극 속 한아영 학생이 쓴 시는 오준영군이 썼던 "안산은 아침이 아프다" 문장에서 시작해서 변효진 작가가 시로 재창작했다.
안산은 아침이 아프다 – 한아영
매일 해가 지는 동네/ 안산은 아침이 아프다
야간 일을 끝내고/ 새벽에 들어오는 아빠의/ 덥수룩한 수염에 찔리고
잔업 마치고 들어 와/ 새우잠 자는 엄마의/ 코고는 소리에 짠하고
그리고 우리는/ 학교 갈 준비를 합니다
칼칼한 김치찌개/ 짭짤한 어묵볶음/ 모락모락 더운밥이/ 나를 배웅하지 못해도
어김없이 해가 뜨는 동네/ 나는 안산을 안다네
덥수룩한 수염과/ 코고는 소리를 안다네
괜찮아요 괜찮아요 나는
매일 해가 지는 동네/그래서 하나도 아프지 않네
"그러니까 괜찮아 우리는 하나도 아프지 않아", "조용한 집에 내가 있으니까 내가 채우면 돼" 가사를 들으면 많은 생각이 교차하게 된다. 아이들이 제주도 수학여행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그린 마지막 장면과 장기자랑 노래와 춤을 보면서는 코 끝이 찡해질 수 밖에 없다.
트라우마 치유 목적으로 대본을 읽다 보니 배우가 되어 전국을 돌며 공연을 펼쳤다는 세월호 엄마들. 이들은 2016년부터 극단 '걸판'이 보유하고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의 애환을 그린 <그와 그녀의 옷장>, 이웃 간의 소통과 정을 다루며 어떤 이웃이었던가를 묻는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수학여행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아이들을 이야기하는 <장기 자랑> 세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오는 6월 공연 목표로 4번째 작품인 <기억 여행>을 준비 중이다.
윤민엄마 박혜영씨는 "엄마들의 이야기라 장기자랑보다 더 많이 우실 듯하다"며, "직접 살아온 이야기와 진상규명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태현 연출가는 "2021년 7주기에서부터 2014년 참사까지 부모님들의 소중한 싸움의 여정을 역순으로 가면서 삭발하고 영정을 들었던 장면, 기억식 만들던 장면, 출발하기 전으로 끝나는 장면 등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 세상을 변화시킨 아이들로 기억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던 예진엄마 박유신씨는 연극을 통한 치유과정에 대해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했었고, 두 번째에는 가슴 아픈 이야기라 힘들었다"며, 그러나 "영광 할아버지 역할을 하면서는 주변에 함께해주시는 분들의 진심을 느끼게 되어 감사"했고, 세 번째 작품에서는 "보석 같은 아이들을 더 밝게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아들 역할을 할 때는 동수만 보였다"던 동수엄마 김도현씨는 "딸 역할을 하면서는 딸과 남편 가족이 보였고, 주변과 이웃이 보이면서 내자신을 잃어버린 엄마에서 자신을 찾아가게 되었다"고 밝혔다. '장기자랑'을 하면서는 내 아이만의 일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고 모두가 보였단다.
"여러분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주시면"
해외동포들은 세월호 가족들과 동행하면서도 늘 도울 방법을 찾는다. 이번 행사에서도 동포들은 연대의 방법을 물었다.
"연극하시고 준비하시는 동안 아이들 생각 많이 나고 힘드셨을 텐데 연기와 완성도에 놀랐어요. 기회 되는대로 꼭 직접 보고 싶습니다. 7주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ㅠㅡㅠ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나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LA, 이유진)
이에 박혜영씨는 "여러분들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주시면 도움 된다"고 했고, 애진엄마 김순덕씨는 "지속적 관심"을, 수인엄마 김명임씨는 "지켜봐 주시고 기억해주시는 것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이유진씨는 "어머님들 말씀을 들으니 우리가 지속적으로 피케팅 하는 것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세월호 엄마 배우들은 영상으로 만나서 현장감이 떨어지는데 아쉬움을 느꼈다고 했다. 영만엄마 이미경씨는 "코로나가 종식되어 같은 공간에서 눈을 맞추고 호흡하고 직접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고, 예진엄마 박유신씨도 "새 작품을 깆고 찾아뵙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동포들도 4번째 작품으로 직접 만나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참석자들은 "세월호참사 진상을 규명하라"와 "대통령은 약속을 이행하라" 구호를 외치고 피케팅을 하며 행사를 마무리 지은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