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소속 이도경 비서관이 10일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헌 의원이 지난 12월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전부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 전반의 확률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남소연
국회의 '게임특화' 비서관으로 불리는 이도경 비서관(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최근 확률형(뽑기) 아이템 논란을 보면서 바다이야기 사태를 떠올렸다. 또 1980년대 미국의 '아타리쇼크'를 거론했다.
- 지금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때(바다이야기 사태)와 같은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건가.
"그렇다. 정도가 심해지면 1980년대 미국의 '아타리쇼크'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당시 미국의 게임 산업이 단기간에 성장하며 게임사들은 질 낮은 게임을 속도전으로 찍어내기 시작했다. 엉망인 게임들이 계속 출시되다 보니 한순간에 이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해 산업 전체가 사양화의 길을 걷고 말았다."
이 비서관은 "확률형 아이템 그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야말로 게임의 본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것이 페이 투 윈(pay to win, 돈을 들여야 승리 및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조)과 결합하며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을 이어갔다.
그는 "돈을 들여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없고 행여 낮은 확률을 뚫고 많은 돈을 투자해서 원하는 아이템을 뽑더라도 문제다. 게임사가 대규모 업데이트 후 아이템 인플레이션을 일으켜버리기 때문이다"라며 "예를 들어 500만 원짜리 A급 칼을 힘들게 뽑았는데 어느 순간 A급 칼이 쫙 깔려버리고 S급 칼이 등장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원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 그 자체가 재밌어야 하는데 게임사가 뽑기 요소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며 "지금의 게임 생산 구조는 똑같은 엔진(확률형 아이템)에 겉만 바꿔 차를 찍어내는 모양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진 '에이, 무슨 게임 갖고'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용자들의 산발적 의견은 묻히기 일쑤였다"며 "하지만 이번처럼 함께 목소리를 내니 게임사도 긴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이용자들이 소비자 권익의 관점에서 목소리를 내줬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비서관은 확률형 아이템 문제 외 E스포츠 분야의 새로운 정책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E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의 경우 기존 '스포츠산업 진흥법'의 탈을 쓰고 있다 보니 E스포츠의 특징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말하긴 아직 조심스럽지만 E스포츠를 망치는 잡초를 솎아내기 위한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아래 이 비서관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국회에서 일하는 '여명의 빛'
- 게임 이용자들이 들어도 인정할 만한, '내가 이 정도로 게임을 했다'라는 걸 증명할 만한 경력이 있나.
"'롤(LOL, 리그 오브 레전드)'의 모태가 되는 '카오스(워크래프트3 유즈맵)'라는 게임이 있었다. 그 게임 유명 클랜의 샤먼, 즉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 몸 담았던 클랜이 꽤 유명하던데.
"그렇다. 로망(RoMg)클랜은 유명하다. 여러 대회에서 우승했다."
- 프로게이머도 많이 배출하지 않았나.
"그렇다. 마린(Marin), 꼬마(kkOma), 래퍼드(Reapered) 같은 친구들을 배출했다. 저의 경우 와우의 엘룬서버에서 얼라이언스 진영(종족처럼 게임 중 선택하는 한쪽 세력)으로 25인 하드 리치왕을 퍼스트 킬(최초로 제거)했다."
- '여명의 빛' 칭호를 받았다던데.
"보스를 잡으면 주는 칭호다. 와우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그 게임에 나오는 칼의 실물을 40만 원이나 주고 샀다(웃음)."
- 여전히 게임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이다. WHO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에 등재했고(2022년 발효),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 걱정되는 지점이 있다. 2년 전 이슈가 됐을 때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게임은 문화다'란 캠페인을 진행했다. 당시 이용자들은 전체적으론 질병코드 등재에 반대했지만 한편으로는 '협회가 그런 캠페인을 할 자격이 있냐'는 자세를 취했다. 즉 '우리나라 게임사가 문화라고 이야기할 만한 게임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느냐'는 비판이었다. 내년이면 또 질병코드 등재가 이슈로 떠오를 건데 자중지란에 빠질까 걱정이다."
"뽑기는 양념이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