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연일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의 3월 3~4일 모습. 현지 사진기자 모임인 'MPA(Myanmar Pressphoto Agency)'가 찍어 보내온 사진이다.
MPA
흘라잉 군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무노조, 장시간 노동, 세금 면제, 토지 장기 대여, 규제없는 원스톱 서비스'를 내세워 다국적 자본들을 유치해 왔다. 한국에서 노조탄압·산업재해 등으로 비판 받는 포스코, 한화 등 몇몇 기업이 미얀마에 있는 이유도 여기 있을 듯 싶다.
그러므로 '반제국주의나 반자본주의라는 기준에서 볼 때 미얀마의 투쟁을 독재-반독재 구도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등, 국제적 연대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하는 일각의 잘못된 정보와 논리들은 하나도 동의하기 어렵다. 미얀마 민중은 바로 제국주의적 강대국들, 다국적 자본들과 손잡아온 군부에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민중저항을 미국이나 서방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주했다거나, 이득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아무 근거도 없는 잘못된 이야기이다. 미국은 2년 전 볼리비아에서 쿠데타를 사주한 적은 있지만 어디서든 민중저항을 사주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또 민주주의와 아래로부터 민중의 힘이 강화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을 떠나 아마도 전세계 모든 강대국과 지배자들이 싫어할 만한 일일 것이다.
민주화 향한 열망, 우리가 외면할 수 있나
지금의 미얀마 민중항쟁을 주도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여성 의류 노동자들이고, 미얀마노총(CTUM)이며, 성소수자와 소수민족 등 그동안 핍박받던 수많은 민중이다. 따라서 우리는 결코 이것을 군부와 NLD(민족민주동맹)의 권력다툼이라는 식으로 무시할 수 없다. 또 아웅산 수치의 사진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미얀마 민중의 심정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그것은 부르주아 정치인에 대한 어리석은 추종이 아니라,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애타는 열망이다.
물론 미얀마 민중항쟁에 대한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의 태도가 위선적으로 보일 수 있다. 자신들의 과거 식민지배와 민족분할 통치에 대한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라틴아메리카에서 쿠데타를 사주하던 미국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의 침공과 폭격으로 인한 수많은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주목하고 애도할 죽음과 그렇지 않은 죽음을 서방국가와 서방언론이 판단하는 현실이 씁쓸할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가 미얀마에 주목하는 진정한 이유가 민주주의나 생명의 소중함보다는 대중국 봉쇄망을 재구축하려는 데 있다는 것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런 봉쇄망을 뚫고 인도양으로 나가려는 계산과 천연자원에 대한 욕심 때문에 미얀마 군부에 손을 내밀며 쿠데타와 학살에 침묵하는 중국을 옹호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유엔에서 미얀마 군부 규탄 결의조차 한사코 가로막고 있는 게 중국이다. 이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면서 양쪽 모두에 추파를 던지는 게 미얀마의 군부집단이다.
이들 모두는 자신들의 패권과 권력을 우선시하면서 미얀마의 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다. 미얀마 민중의 삶과 생명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종속시키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 모두에 반대해서 미얀마 민중의 삶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두고 판단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민중의 생명을 부차적인 것으로 종속시키는 어떠한 정세판단과 정치노선도, 정당화될 수가 없다.
미얀마 민중은 지금 민족, 종교, 부문의 차이를 넘어서서 강력한 연대로 나아가고 있다. 양곤 지역의 거대한 판자촌에서도 수많은 빈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투쟁에 합류하고 있다. 수천만 명이 투쟁에 동참해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독재 타도와 민주 쟁취'를 외치고 있다. 폭력 탄압과 인터넷 차단 등에 맞서 홍콩과 태국의 민중이 발전시켜온 각종 투쟁 방법을 학습해 창조적으로 응용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은 미얀마 민중의 압도다수가 동참하고 있는 총파업과 시민불복종(CDM) 운동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산업, 유통, 운송, 교육, 의료, 공공 등 모든 부문에서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단지 정치권력만이 아니라 기업과 자본 등 경제권력도 장악해 왔기에 이것은 더 강력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미얀마 민중의 용기와 투지가 대단하더라도, 군부의 잔인한 학살과 분열공작이 지속된다면 저항운동의 기가 꺾이고 균열이 시작될지 모른다(관련 기사:
'다 잘될거야'… 미얀마 시위서 숨진 19세 소녀의 메시지) .
소득감소와 실직을 감수하고 총파업과 시민불복종을 지속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주들부터 대열에서 이탈해 군부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따라서 미얀마 민중이 애타게 호소하는 국제적 연대가 더욱 강력하게 건설돼야 한다.
특히 동아시아 독재자들의 동맹에 맞선 아래로부터 민중연대가 중요하다. 지금 동아시아의 독재자 동맹은 미얀마에서 도미노가 쓰러지면 다른 곳에서도 연쇄적으로 도미노가 쓰러질 것을 걱정한다. 이것이 동아시아 민중 모두가 힘을 합쳐서 미얀마 쿠테타 군부라는 도미도를 반드시 쓰러트려야 하는 이유이다.
이 나라에서도 정부가 군부를 비판하는 입장을 냈고, 국회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민주노총도 미얀마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관련 기사:
문 대통령 "미얀마 국민에 대한 폭력, 즉각 중단돼야" http://omn.kr/1sbbl).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힘을 모아서, 더 강력하고 분명하게 미얀마 민중을 지지하고 군부를 규탄하는 입장 발표와 행동에 나서야 한다. 미얀마에 투자한 한국기업들이 군부를 돕지 못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지지 모금도 확대해야 한다.
민중항쟁이 승리하지 못하고 희망이 사라지면, 외세와 강대국의 개입이 더 앞당겨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시리아에서 민중항쟁의 패배와 시민들의 절망은 내전과 강대국들의 군사적 개입을 낳았고, 아직도 그 피해와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고립된 채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오랜 부채감을 기억한다면, 오늘날 미얀마 민중에 대해 그런 죄책감을 다시 남길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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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사람이 목적이 되는 다른 세상을 꿈꾸며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행동하길 원하며 <다른세상을향한연대>의 실행위원입니다. 더 많은 글들은 여기서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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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공격받는 미얀마인들, 우리가 연대해야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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