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친정 가족들이 같이 떠난 통영 여행
최수연
2018년 4월, 내 인생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됐다. 그것도 핀란드 사람과. 남편과 혼인신고를 준비할 때 스웨덴에 사시는 큰고모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셨다. 덤덤히 어른인 것처럼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그 날 큰고모가 나에게 보낸 메시지를 곱씹었다. 눈물이 났다. 거기에는, 나보다 먼저 40년 전에 먼저 집을 떠나 새로운 집을 찾은 한 사람의 진심 어린 걱정이 들어있었다. 내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최근에 소설 <파친코>와 영화 <미나리>를 보면서 큰 고모와 내 삶의 이야기에 더 마음이 쓰인다.
'스스로를 얼마나 부단히 증명해 보여야 했을까.'
'다르다는 이유로 받는 차별에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래서 더 강해져야 했겠지.'
타국에서 이민자의 삶을 사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어렸을 적의 나는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 했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는 늘 힘이 있고 강렬하다. 나 또한 소설 <파친코>와 영화 <미나리>와 같은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쓴 글이 타지에서, 타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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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에 거주중인 하고잽이. 이방인 최씨. 궁금한 게 너무 많은 밀레니얼.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나만의 인생 지도 제작을 즐기는 중. 그므시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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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의 순자, 미나리의 모니카, 헬싱키의 최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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