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생방송이 끝난 뒤 상인DJ들과2017년 11월 24일 경기방송 스튜디오에서.
노광준
3년 3개월이 지난 뒤 떨리는 통화
그로부터 3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그 새 너무 많은 게 변했다. 우선 나와 윤종화는 제보자가 됐고 부당해고를 당했다. (당시 상황은 과거기사 참조 :
경기방송 간부 '친일' 막말, 기억하십니까 http://omn.kr/1load)
FM 99.9 경기방송은 이사회의 폐업결정으로 2020년 3월 30일 자정을 끝으로 방송을 중단했다. 그리고 코로나19의 쓰나미가 온 세상을 덮쳤다. 거리두기, 거리두기, 또 거리두기... 그 속에 시장 상인들은 어떻게 살고 계실지 궁금했다. 걱정됐다. 전화라도 드려볼까 하다가, 누가 누구 걱정을 하나 싶어서 말았다.
그러던 지난 수요일, 나와 윤종화는 한결 가벼워졌다. 그동안 우리를 옥죄던 형사소송이 마무리된 것이다. 제보 이후 그들은 우리를 '허위제보로 인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원 남부경찰서가 수사했고 수원지검이 최종판단을 내렸다.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 그러자 그들은 수원지검의 결정이 잘못됐다며 고등검찰에 항고했고, 고검이 항고를 기각하자 다시 고등법원으로 재정신청을 했다.
전산자료를 열람해보니 그들은 20년 경력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를 우리 소송에 투입했다. 전관의 수임료는 얼마일까? 그러나 고등법원 역시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결국 그들의 줄소송은 오히려 우리의 제보가 허위가 아니며 공공의 이익을 위했음을 검찰과 고등법원을 통해 확인시켜준 꼴이 됐다.
나는 남문시장에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걱정이 앞섰다. 나를 기억하실지,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는데...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여보세요, 혹시 저 기억하십니까? 경기방송... 노광준입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뜻밖의 반응이 흘러나왔다.
"아이쿠, 기억하고 말고요. 실장님. 아이쿠...."
그분들은 다 알고 계셨다. 숨죽여 지켜보고 계셨다. 다음날 우린 시장에 갔다.
DJ는 치킨집 사장님이, 엔지니어는 공방 디자이너가
4일 목요일 오전 11시 40분경, 수원 못골시장에 도착했다. 주차타워에서 내려오니 정겨운 시장냄새가 코끝을 휘감았다. 그리고 눈 앞에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사람이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다. 코로나로 위축됐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시장안에는 카트를 끌고 장을 보러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곳곳에 젊은 엄마들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