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장경태 의원, 장혜영 의원, 최혜영 의원이 탈시설지원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혜영 의원 SNS
지금까지의 집단감염사례들을 봤을 때 예방적 코호트 조치로 집단감염을 막을 수 없었다면, 그냥 이것이 원칙적으로 우리 사회에 맞는 조치가 아니라는 것을 선언하고, 시설거주인에 대해서도 지금의 시설에는 오히려 개방성이 필요하다는 선언이 필요한 거죠. 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바깥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가 없잖아요. 그들에게 코로나 시대에, 방역수칙을 습(習)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경험을 보장해야 한다고 계속 제안하고 있습니다."
많은 장애인권단체들이 시설 내 상황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물었을 때 조아라 활동가는 '저도 궁금합니다'라고 답하면서도 조사를 통해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을 공유해주었다.
"확인되는 상황 중 하나는 '외부 입출입 전면 금지'.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사회복지시설대응지침에 따르면 초기에는 전면적으로 외출금지였다면 지금은 꼭 필요한 상황에는 외출 허용, 하지만 몇 단계 이상으로 올라가면 아직도 원칙적으로 금지거든요. 심지어는 층간이동조차 안 되는 곳들도 있습니다. 작년 '루디아의 집'에 갔을 때 그곳이 정말 산속에 위치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서울같이 밀집된 곳이 아니라, 청정지역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를 이유로 사람들을 내보내지 않는 거죠. 결국은 방역의 문제가 아니라 시설의 관리가 우선인 거거든요.
추가적으로, 시설 내에서는 전혀 바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거주인분들이 잘 모르고 계세요. 사회에 나온 발달장애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바깥에 나가면 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끼는 걸 보고 '아 이걸 껴야 하는구나', 하면서 학습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거주시설에 계신 분들은 아직도 마스크를 쓰는 데에 익숙하지 않고, 왜 써야 되는지도 모르고. 탈시설을 하게 되더라도 시설 밖 사람들은 1년 동안 점진적으로 경험했던 것들을 당장 배워야 하는 거잖아요. 모든 혼란에 대한 책임이 당사자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라는 거죠.
그 외에 유추할 수 있는 사실도 있어요. 거주시설에서 아주 적게나마 외출할 수 있는 기회였던 각종 활동들이 전부 중단되면서 오는 스트레스가 시설 안에서 극심할 텐데, 어떻게 통제되고 있을까 우려가 되는 거죠. 요양병원 또는 정신병원에서 코로나 시기 동안 향정신성 약물 사용량이 증가되었다는 것들이 뉴스에서 보도가 되었어요. 시설 거주자분들의 스트레스나 그로 인한 여러가지 행동들이 약물로 통제되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약물 복용이 증가했을 것이라고 유추하고 있어요."
'긴급탈시설' 어떻게 정책화할 것인가
탈시설을 한 재가장애인들 역시 상황이 좋지는 않다. 조아라 활동가에게 그들의 삶이 어떠한지를 물었다.
"기저질환이 있는 당사자 분은 코로나 이후로 한 번도 나오신 적이 없어요. 스스로 너무 걱정되기도 하고, 당사자를 찾아오는 활동지원사의 활동반경이 당사자보다 넓다 보니 '감염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밖에 나오지 않으신 거죠. 와상장애인 한 분은 휠체어의 컨트롤러를 입으로 조작하시다보니 마스크를 끼고 컨트롤러까지 입에 물기가 어려워서 바깥 외출이 어렵고 우울이 심화되기도 하셨고. 한 분은 전에는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셨던 분이라, 지금은 너무 심심하고 허전하다며 일상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시기도 했어요. 그리고 최근 지역사회로 탈시설해서 살고 있지만 아직 시설에 친구가 있으신 분은 시설에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코로나 때문에 외부 입출입이 안 되어서 그냥 돌아오시기도 하시고."
발바닥행동은 작년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했던 시설 '루디아의 집' 폐쇄와 거주자 지원 활동을 진행했으며, 최혜영 의원과 함께 '탈시설지원법'을 발의한 바 있다. 또한 현재로서는 2020년 12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재활원 긴급탈시설 촉구 활동이 한창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어떻게 '긴급탈시설'을 정책화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들을 안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약속했던 국가 탈시설 로드맵이 올해 나올 예정이에요. 입법발의만으로도 큰 발걸음을 뗀 것 같긴 한데, 결국은 이 법을 제정하기 위한 활동들을 올해 주요하게 가져갈 것 같습니다.
한국사회가 개인주의를 이야기하지만 집단성에 갇힌 문화들이 여전히 많거든요. 특히 사회복지정책이 그래요. 장애인 정책 외에도 한부모시설이나 청소년 쉼터 같은 곳들이 다 사회복지의 전통적인 집단성 문화에 갇혀 있는 것 같거든요. 우선은 기본적으로, '집단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구조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느냐', 그리고 '거기서 당사자의 권리가 어떤 방식으로 제한되고 있느냐'에 대한 발화를 정말 꼭 해야 해요.
실질적인 대책으로, 장애계에서는 '지원주택'이라는 모델을 시도하며 전국화를 목표하고 있어요. 다른 영역(청소년, 아동 등)에서도 개별적 주거를 확보하려면 각 지역 주택도시공사나 LH를 통해서 주택물량을 확보하는 방법밖에는 없거든요. 여러 영역에서 지원주택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계속 드리고 있습니다.
꼭 시설뿐만 아니라 집단 프로그램을 어떻게 개별지원으로 전환해 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복지관이나 센터에 당사자가 가는 방식이라면, 반대로 당사자를 중심으로 한 지원체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당사자 개인을 중심으로 어떤 개별적인 자원을 연계하여 서비스를 구축할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의 과제일 것 같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아닌 '물리적 거리두기'
발바닥행동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과 함께 코로나 상황에서 발표된 정부의 장애 관련 대책 자료들, 당사자들의 피해상황 및 민간차원의 대응, 제도적 공백 등을 기록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아라 활동가는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사람들이 함께 고립을 겪으며 자유가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당사자들의 경우 사실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생활 면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경북에서 예방적 코호트 조치를 시행했을 때 함께 격리된 종사자분이 격리 상황을 일기로 써서 기고하신 글이 있어요. 14일도 견디기 힘든 격리의 경험을 통해 그동안 거주인들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거주인들이 왜 그런 행동들을 했었는지. 그리고 이것(자유)이 인간적으로 우리가 파괴할 수 있는 인권의 기준이 아니구나. 이런 것들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쓴 글을 보면서 입장 차이가 좁혀질 수 있는 고리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