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서 스포츠계의 고질적 학교 폭력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내놓은 박성률 대표.
경북매일 자료사진
지난 시대 운동선수들에겐 "죽도록 열심히, 무조건 지도자가 시키는 방식대로"가 금과옥조(金科玉條)의 지침처럼 여겨졌다.
그 과정에서 비인간적 폭력이 알게 모르게 행해졌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성적 제일주의'만을 지향하던 그러한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최근 체육계 전반에 걸쳐 고질적 문제로 제기돼 온 지도자와 학생간, 선배와 후배간 '학교 폭력'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10대 때부터 체육계에 몸 담아온 트레이닝과학연구소 박성률(57) 대표는 이를 안타까워했다.
"스포츠계의 학폭은 지도자의 역량이 모자랄 때 생기는 폐해다. 제대로 된 시스템과 프로그램으로 교육시킬 능력이 없으면 코치나 감독, 선배가 폭력이란 방식에 빠지기 쉽다."
경상북도 포항 대동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조정 선수로 활동했고, 만 19세였던 1982년엔 조정을 시작한지 2년 만에 국가대표가 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20대 땐 6년 동안 독일 체육대학(쾰른 체육대학)에서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운동 방법을 공부해 '트레이닝 방법론' 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더 큰 배움에 목말랐기에, 2009년엔 만학도로 다시 독일을 찾아 콘스탄츠 대학에서 사회과학 박사 학위도 얻어냈다.
'이성과 합리성의 나라'로 불리는 독일에서 스포츠과학을 공부한 박 대표는 딱 잘라 말한다.
"운동은 백 퍼센트 과학이다. 폭력을 써가면서까지 열심히만 한다고, 많은 시간을 쏟아 붓는다고 그것에 비례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치밀한 계획 속에서 진행돼야 투자한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오는 게 바로 운동이다."
박성률 대표가 공부한 독일 체육대학은 스포츠 지도자 양성을 위해 1947년 세워진 학교. 독일의 현직 체육교사 재교육도 담당하며, 다수의 스포츠 관련 의사, 스포츠 단체 지도자를 배출한 곳으로 철저한 학사 관리로 독일만이 아닌 유럽에서도 이름이 높다.
비단 운동뿐 아니라 생리학과 역사학, 심리학과 사회학까지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학구적 분위기 속에서 20~30대 청년 시절을 보낸 박 대표는 '시스템의 힘'과 '합리의 힘'을 믿는 사람이 됐다.
이 두 가지 힘을 바탕으로 대학 강단에 섰고, 스포츠 관련 정책을 제안했으며, 크고 작은 부상의 고통을 겪는 운동선수들의 재활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런 그가 고향인 포항으로 돌아와 2017년 트레이닝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국가대표 선수, 체육 지도자, 스포츠과학 관련 단체 연구원 등으로 30년 이상 활동하며 쌓아온 전문 지식과 다양한 현장 경험을 활용해 시민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결심했던 것.
봄비가 곱게 내리던 지난 주말. 박성률 대표와 자리를 옮겨가며 3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다.
소년 국가대표에서 청년 독일 유학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