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변 제방이 무너져 엄청난 피해를 당한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일대 도로변에는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오문수
홍수로 완전히 침수되어 폐허가 돼버린 집 앞 임시 가건물에 '곡성수재민 보상대책사무실'을 설치해 수재민들과 함께 현실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고병렬 상임위원장의 말이다.
"제가 이번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제 집이 물에 잠겨서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시작했습니다. 물만 생각해도 불안하고, 물만 보아도 곧 홍수가 날 것 같은 공황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아무리 예고없이 온 수재라지만 이럴 수가 있습니까? 기상청이 전북지방에 200mm의 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지만 전북 평균 341mm가 내렸어요. 호우가 내린 후 불과 7분 뒤에 초당 1000입방미터의 물을 급히 방류하겠다고 통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 댐 하류에 사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입니까? 모든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잘 관리하기 위해 홍수통제소와 수자원공사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재난복구비용으로는 어림없는 수재민들의 현실
중앙안전대책본부에서는 전례없는 수해를 당한 섬진강 유역 3개 시군에 피해복구비를 지원했다(2020.9.16). 시가지 전체가 물에 잠긴 구례는 3420억 원, 남원은 1611억 원, 곡성은 1140억 원의 피해복구비를 지원해 공공시설물 복구에 사용했다. 주민들에게 지급된 보상비는 구례 63억, 남원 99억, 곡성 51억이다.
주택복구비용 지원 기준으로는 직접 주거용으로 사용 중이던 주택에 대하여 전파 시 1600만 원, 반파 시 800만 원, 침수 시 200만 원을 지급한다. 침수된 가옥에는 200만 원이 지급됐고 반파일 경우는 기준에 맞는 보상비가 지급되며 완파된 가옥은 수재민이 재건축해 담당부서에 신고하면 심사 후 나머지 부분을 지급한다. 농작물과 시설하우스의 경우 담당부서에서 실사 후 지원한다.
침수로 폐허가 되어버린 고병렬씨의 경우 200만 원을 지원받고 정부에서 지어준 임시가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다. 섬진강 제방이 터져 가옥과 농경지가 몽땅 물에 잠겼던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일대에는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도로 주변에 내건 현수막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하도리 1281-6번지 비닐하우스에서 수경재배를 하는 최윤식씨를 만나 어려운 사정을 들었다. 그는 은행에서 7000만 원을 대출받아 900평의 논에 수경재배를 위한 '양액재배시설'을 설치해 농사를 짓고 있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다 2011년 귀농한 그는 아내와 함께 겨울에는 딸기농사, 여름에는 멜론을 재배해 연간 6000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필자가 곡성수재민 보상대책위원들과 함께 최윤식씨의 비닐하우스를 방문하자 농로 옆에 수경재배에 필요한 '양액재배시설'물을 산더미처럼 쌓아올려 놓고 있었다. 며칠 전 3명의 인부를 동원해 5일 동안 작업해 쌓아놓은 폐시설물 앞에서 한숨을 쉬던 그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