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집회에서 정성철(가운데)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정성철
하루가 멀다고 사건 사고가 터지는 한국 사회는 노동문제 다음으로 빈곤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대응하는 정부는 놀라울 정도의 임기응변식이다. 오죽하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50인 이하 사업장을 제외한 채 법안을 통과시켰을까.
"빈곤사회연대의 활동을 알기 위해 홈페이지를 봤더니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2012년 8월부터 광화문에서 시작한 부양의무제도 폐지를 위한 농성이었어요. 빈곤사회연대가 결합하고 있다는 걸 몰랐는데 알고 보니까 같이하고 있었어요.
장애인, 빈민, 홈리스, 철거민, 노점상 등 우리 사회에서 가려지고 밀려난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것들을 다 내 운동으로 받아들이고 같이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활동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기도 하고요.
저는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사회 운동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사회복지학과로 편입하기 전에 자동차 정비를 했어요. 마음 한쪽에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다른 사람이 행복해지는 게 불편했어요. 날카롭고 까칠한 성격이었는데 여기 와서 많이 좋아졌어요. 빈곤사회연대가 연대하는 현장은 대부분 심각하고 격렬히 싸워야 할 곳이에요.
큰 집회는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지만, 철거 현장이나 노점 현장은 일손이 많이 부족해요. 누군가 선동을 하면 누군가는 앰프를 봐야 하고, 피켓이나 현수막을 들 사람이 없으면 바로 달려가야 하고요. 초기에는 상근 활동가가 2명이었는데 재작년에 4명 됐어요. 모두 최저임금 받고 활동하고 있죠."
어느 곳은 안 그렇겠냐만, 빈곤사회연대 활동은 특히 그렇다.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정신없다. 2000년대 초, 내가 '민중복지연대'라는 단체에서 활동할 때 빈곤사회연대와 함께 움직였다. 할 일은 많고 사람은 없어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 사회의 변화가 그만큼 느리다는 방증이다.
"활동한 지 7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어려워요. 구체적인 상황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죠.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장애인등급제 폐지 문제도 안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요구가 있는데, 요구에 맞지 않게 바뀐 것들이 있어요. 사람들의 반응은 계속 변하고 거기에 맞게 따라가려면 힘들어요.
현장에 가면 대부분 고통받는 사람이고, 사망 이슈를 접하면 마음이 많이 힘들어요. 그렇지만 빈곤사회연대는 연대 단체라서 각 단체와 소통하는 일을 하니까 조금 나아요.
빈곤문제에는 많은 것이 얽혀 있어요. 그것들을 다 돌아보고 알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활동을 잘하려면 멀리 봐야 하는데, 저는 단거리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함께 고민하고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좋아요. 활동가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고."
"무플보단 악플이 나아요"